머스크·베이조스, ‘우주 주유소’ 개발 경쟁 본격화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 CEO)와 제프 베이조스(블루 오리진 창업자)가 또 한 번 우주 산업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맞붙고 있습니다. 이번 무대는 다름 아닌 ‘우주 주유소(Orbital Refueling Station)’ 기술입니다.
왜 ‘우주 주유소’인가
우주 탐사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로켓 발사 시 중량 문제입니다. 지구에서 발사되는 로켓은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연료와 화물의 양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장거리 임무일수록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궤도상 연료 보급 기술입니다. 지구 궤도 혹은 달 궤도에 ‘주유소’를 설치해, 탐사선이 중간에 연료를 보충함으로써 더 멀리,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로켓은 발사 시 불필요한 연료를 줄이고, 대신 더 많은 인원과 장비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달, 화성, 소행성 등 태양계 탐사 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기술적 난관…‘극저온 연료 저장’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로켓 추진에 주로 사용되는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는 극저온 상태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저장하고 안전하게 옮기는 것은 현재 기술로도 큰 도전 과제입니다.
연료가 조금이라도 증발하거나 누출되면 임무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냉각 기술, 단열 소재, 자동화된 연료 이전 시스템 등 수많은 혁신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업계 전망과 달 탐사
우주 업계에서는 향후 달 탐사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최소 10회 이상의 연료 보급 임무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다수의 보급 로켓 발사와 주유소 운영 능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하면서 상업 기업들과 협력해 이 기술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미 ‘스타쉽(Starship)’의 재사용 로켓과 연계해 궤도 연료 보급 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자체 달 착륙선과 연계할 수 있는 보급 인프라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신우주 시대의 승부처
전문가들은 이번 경쟁이 단순한 두 억만장자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차세대 우주 탐사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 기술 경쟁이라고 분석합니다. 만약 궤도 연료 보급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면, 달 기지 건설은 물론이고 화성 유인 탐사까지도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우주 주유소’ 경쟁은 단순히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라 달 이후 화성까지 이어질 인류 우주 진출 전략의 핵심 관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