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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돌봄 교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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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공백이 심각하다
맞벌이 시대에 걸맞은 촘촘한 돌봄망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머나먼 돌봄 교실 -  맞벌이 부부 “아이 맡길 곳 없다”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된 가운데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는 ‘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결국 학원으로 아이를 돌려보내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퇴근이 저녁 7시인데, 돌봄교실은 5시면 끝난다”며 “결국 아이를 영어학원, 수학학원으로 보내 시간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의 자녀는 하루 평균 3곳 이상의 학원을 오간다. 

그는 “공부를 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맡길 곳이 없어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초등 돌봄교실 신청자 중 상당수가 정원을 초과해 대기 상태에 놓여 있으며, 특히 도심 지역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학교는 신청자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격차 역시 커, 맞벌이 비율이 높은 신도시와 대도시에서 돌봄 공백이 더 두드러진다.


 문제는 돌봄 시간이 부모의 근로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돌봄교실은 오후 5시 전후로 운영이 종료되지만, 직장인의 평균 퇴근 시간은 이를 훌쩍 넘는다. 결국 부모의 빈자리는 사교육 시장이 대신 채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피곤한 얼굴로 학원을 전전하다 늦게 센터에 오는 경우도 있다”며 

“돌봄이 아니라 시간 때우기식 일정에 내몰린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봄 정책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복지 전문가 이모 교수는 “단순히 자리를 늘리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안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통합 돌봄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센터’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돌봄 인력의 처우 문제와 시설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기업의 가족친화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는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아이를 데리러 갈 곳조차 마땅치 않은 현실. 

맞벌이 시대에 걸맞은 촘촘한 돌봄망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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