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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15억의 약속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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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 6년째 이어진 익명 기부, 올해도 취약계층 아동 곁을 지키다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온 메일.[사진제공 논산시]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온 메일.[사진제공 논산시]

충남 논산에 사는 한 익명의 시민이 올해도 조용히 거액의 기부를 전했다.


14일 논산시에 따르면 이 기부자는 지난 2020년부터 6년째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나눔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기탁액은 2억7300만 원에 달한다. 누적 기부액은 14억9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인이 장기간 이어온 기부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기부자는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같은 지역을 찾았다. 조건도, 공개도 요구하지 않았다.


올해 지원 규모와 대상은


이번 기부금은 취약계층 아동 가구의 생계 지원에 사용된다.
논산시는 기존보다 지원 범위를 넓혀, 올해 총 156가구를 선정했다.


지원 대상은 △18세 미만 자녀를 둔 차상위계층 가구 △교육급여 수급 가구다.
지원 기간도 기존 5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선정된 가구는 1년 동안 매달 같은 날 지원금을 받게 된다.
기부금은 오는 23일부터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집행된다.
가구별로는 한부모 여부, 자녀 수 등을 고려해 차등 지급된다.


■ “아이들이 가능성을 잃지 않기를”


기부자는 논산시에 전달한 글에서 나눔의 이유를 짧게 전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아이들이 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특히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미의 공동체 철학, ‘우분투(Ubuntu)’를 언급했다.
개인의 삶은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이 이번 기부의 배경이 됐다.


논산시는 기부자의 뜻을 반영해 단기 지원이 아닌 ‘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일시적 도움이 아닌, 한 해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행정의 역할도 함께 묻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익명의 기부자가 강조한 우분투 정신은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라며
“행정 역시 더 촘촘한 지원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아동·가족 복지 정책 전반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의 선의가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기부자는 끝내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논산에는 6년 동안 변하지 않은 약속이 남았다.
매달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이어질 지원금은 아이들의 일상을 지탱한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삶은 분명히 가벼워진다.
얼굴 없는 나눔은 그렇게 오늘도 지역을 지켜보고 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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