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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펀드 1,250억 원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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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펀드 1,250억 원 결성

차 진구 기자
입력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펀드 3호

"상생, 말이 아닌 신뢰로 증명할 때" 제로원 펀드에 기대와 우려 교차

 

현대자동차그룹 펀드 실무 책임자인 노규승 실장은 미래 산업의 창의 생태계를 함께 키워갈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제로원 펀드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확대하며 미래 기술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선언하고 있지만, 과거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1,250억 원 규모의 제로원 펀드 3를 결성했다. 인공지능(AI), 로봇,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그룹 계열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동 성장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10개 계열사가 참여한 이번 펀드는 특히 아시아 지역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펀드 규모나 기술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기반의 상생 구조라고 지적한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자본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과거 대기업들이 기술을 흡수한 뒤 협업을 단절하거나, 실질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고 사실상 기술을 빼앗아 온사례들이 있었기에 중소·벤처 기업들 사이에 여전히 경계심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기술 협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거나, M&A 과정에서 가치 평가 없이 흡수 통합한 전력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혁신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의 협업을 기회보다는 위험 요소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로원 펀드가 진정한 상생 펀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나 기술 협업을 넘어, 스타트업이 공정한 대우와 명확한 보상 체계 안에서 주체적 파트너로 존중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강조한다:

거래 투명성 확보: 기술 이전 및 지분 투자 과정의 기준 명확화

사후 협업 보장: 초기 계약 외에도 후속 사업 참여 기회 명시

가치 존중의 문화: 스타트업을 '수단'이 아닌 '공동 창조자'로 대하는 태도

 

결국, 상생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다. 스타트업의 기술이 대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쓰인다면, 그 공은 정당하게 돌아가야 한다.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회를 회수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아닌 착취의 반복일 뿐이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만, 꽃은 피어난다.

 

 
차 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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