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비추는 거울, 성찰의 문학” 배우에서 소설가로 선 차인표, 전주에서 시민과 만나다
![차인표 [사진제공 나무위키]](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6/1757111122880_850184715.jpeg)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이제는 작가로서 문단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차인표가 오는 9월, 책의 도시 전주에서 독자들과 마주한다.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제8회 전주독서대전의 메인 강연자로 무대에 서는 그는, 최근 장편소설 『인어사냥』으로 황순원문학상 신진작가상을 수상하며 배우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창작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주 무대는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차인표의 문학 세계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야기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차인표의 글쓰기 원칙
차인표의 소설에는 늘 질문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야기의 출발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어사냥』의 경우도 “왜 인어는 눈물을 흘렸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설화 속 인어가 흘린 눈물은 단지 상상의 장치가 아니라, 그가 독자에게 던지고자 한 철학적 화두였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은가, 쓸 만한 이야기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질문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그의 방식은 문학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삶을 성찰하는 통로임을 보여준다.
『인어사냥』 – 인간 탐욕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고
『인어사냥』은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우야담』 속 인어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차인표는 “바다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서 울고 있던 건 아닐까”라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키웠다고 밝힌다.
소설 속에서 인어는 자연을 상징한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 즉 필요한 것을 취하기 위해 파괴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인어의 눈물에 투영했다. 작품의 주요 인물인 ‘공 영감’은 천 년을 살고도 더 살고 싶어 하는 끝없는 욕망의 화신이다. 평범했던 ‘공랑’이라는 소년이 욕망에 집어삼켜져 무자비한 노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욕망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불행에 빠지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차인표는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어의 기름’은 각자가 품고 있는 끝없는 욕망일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멀리 가고 싶고, 더 높이 오르고 싶고,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 그는 그 욕망이 우리를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 지점으로 몰고 갈지 질문을 던진다.
배우에서 작가로 – 전환의 배경
차인표의 창작 여정은 1998년 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TV 뉴스에서 위안부 피해자 훈 할머니의 귀국 장면을 보고, 그 아픔을 소설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수차례 쓰기를 멈췄다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 끝에, 2009년 첫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그는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고, 지금까지 네 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배우로서의 경험은 그의 집필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수십 년간 대본을 읽고 연기하며 체득한 스토리텔링 감각은 자연스레 소설로 이어졌다. 그는 “내가 소설을 쓰는 방식은 글이 영상화되는 것과 반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덕분에 그의 소설은 영화 같은 장면 전환과 배경 묘사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전주에서 열리는 ‘시민과의 만남’
올해 전주독서대전의 추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차인표의 강연 ‘작가와 만나는 순간’이다. 전주시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초청해 시민들이 보다 쉽게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강연에서는 『인어사냥』을 비롯한 작품에 담긴 창작의 배경,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작가로서의 여정을 시민들과 직접 나눌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작가 강연을 넘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의 계절, 책과 사람을 잇는 다리
차인표의 무대와 더불어 전주독서대전은 독후활동 대회, 가족 독서 골든벨, 어린이 동화 구연, 청년 세대 독서토론, 전국 단위 북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전주시 박남미 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은 “독서는 삶을 성장으로 이끄는 길잡이”라며 “차인표의 목소리를 통해 시민들이 책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과 삶의 경계에서
톱배우에서 소설가로, 그리고 이제는 강연자로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는 자리까지. 차인표의 여정은 단순한 이력의 확장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방식의 확장이다. 그는 소설을 통해 욕망의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고, 동시에 인간이 어떻게 성찰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번 전주 무대에서 그가 던질 질문은 단순히 문학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