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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화려해도 속은 무너지고 있다”…최휘영 문체부 장관, K-컬처 위기 진단

산타뉴스 김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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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모두라운지에서 취임 한 달을 계기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문체부 정책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모두라운지에서 취임 한 달을 계기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문체부 정책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문화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막상 현장을 들여다보면 처참할 정도로 기반이 무너져 있다”며 특히 영화 산업의 심각한 위기를 강조했다.

 

■ “정점이라는 불안감…지금 대책 필요”

 

최 장관은 9월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있으면 성공한 듯 보이지만, 현장 목소리는 정반대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이 정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곳곳에서 들린다”며, 단순한 축제 분위기에 취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문화산업이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영화 산업 붕괴 우려

 

가장 큰 위기는 영화 분야였다. 최 장관은 “올해 제작비 30억 원 이상 규모의 영화가 20편도 채 안 된다고 한다”며 “투자가 끊기면서 제작 현장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편수가 급감하면 스태프, 기술자,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붕괴된다. 그는 “이대로 가면 영화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라며 생태계 전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 감독조차 투자 못 받아 해외로

 

이창동 감독의 사례도 언급됐다. 최 장관은 “이 감독이 신작을 준비했지만 투자 유치가 안 돼 결국 문체부 지원금을 반납하고 넷플릭스로 갔다”며 “이런 상황은 국내 제작 기반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외 OTT로의 의존이 심화되면 한국 영화의 독립성과 다양성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놨다.

 

■ 해외 협력에도 예산 없어

 

최 장관은 “외국 제작사들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해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예산이 전혀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K-컬처는 반드시 ‘메이드 인 코리아’일 필요는 없고, ‘메이드 위드 코리아’여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공동제작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재정 여력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공연 인프라 부족도 문제

 

영화뿐 아니라 공연 분야의 취약함도 지적됐다. 그는 “해외 팬들이 K-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지만 상시 공연장이 부족해 정작 현지에서 공연을 즐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K-팝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정작 국내 팬과 외국 관광객이 공연을 접할 기회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 “문화재정 확대 없이는 한계”

 

최 장관은 위기 극복의 핵심이 결국 재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문화예산이 올해보다 9.2% 늘어난다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중하위권 수준”이라며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에 비해 투자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꼼꼼한 지원과 정책 실행으로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요약하면, 최 장관은 **“겉은 화려해도 속은 텅 비어가는 K-컬처”**라는 현실을 지적하며, 영화 산업 붕괴와 공연 인프라 부족, 해외 협력 예산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정 확대와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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