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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야 공주 대접? 미국서 번지는 ‘슈렉킹’ 연애 풍조

산타뉴스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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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를 둘러싼 새로운 연애 심리와 그 이면
영화 슈렉 '사진제공 나무위키 동영상 캡처'
영화 슈렉 '사진제공 나무위키 동영상 캡처'

SNS를 달군 신조어

 

최근 미국의 MZ세대 사이에서 ‘슈렉킹(Shrekking)’이라는 다소 기묘한 연애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용어는 2001년 개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유래했다. 

 

초록색 괴물 슈렉이 왕국의 공주 피오나와 사랑을 이룬 서사처럼, ‘외적으로 끌리지 않는 상대와 연애하면 나를 오히려 더 귀하게 대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반영한다.

틱톡과 X(구 트위터) 등 SNS에서는 #Shrekking 해시태그와 함께 실제 연애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어떤 이용자는 “겉모습보다 마음을 먼저 본 연애에서 진정한 안정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끌리지 않는 사람과도 결국 갈등과 상처는 비슷하게 찾아왔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이런 상황을 빗대 “슈렉당했다(Getting Shrekked)”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외모지상주의를 뒤집은 듯한, 그러나 강화하는 심리

 

표면적으로만 보면 슈렉킹은 외모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가치관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내재된 모순을 경고한다. 

‘못생겼으니 잘해줄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외모와 관계의 질을 연결 짓는 발상이며, 이는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외모를 기준에서 배제하는 것 같지만 실은 외모를 대우의 조건으로 환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각

 

미국에서 연애 코치로 활동하는 "에이미 찬(Amy Chan)"은 평범하거나 외모가 특별하지 않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는 보장은 없다'며 연애의 본질은 성격, 가치관, 감정적 성숙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관계 전문가 에마 하톤(Emma Harton) 역시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외모와 무관하게 매력이 없다”며,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건강한 연애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의미와 논란

 

슈렉킹은 단순히 하나의 밈(Meme)이나 유행어를 넘어, 젊은 세대가 외모와 연애를 바라보는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맞춰 파트너를 고르는 대신, 기대치를 조정하면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거래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발상이 “외모가 곧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도 안고 있다.

 

환상과 현실 사이

 

결국 슈렉킹 열풍은 ‘겉모습에 덜 집착하고 싶다’는 바람과 ‘외모가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적 압박이 뒤섞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이 신조어는 사랑의 본질을 묻는 동시에, 여전히 외모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진미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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