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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AI로 다시 살아난 독립운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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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AI로 다시 살아난 독립운동가들

산타뉴스 안대준 기자
입력
사진 속 인물이 웃고, 목소리로 말하다…기술이 전하는 역사적 울림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독립운동가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는 특별한 방식으로 선열들을 다시 만났다.
흑백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독립운동가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후손들에게 역사의 체취를 전달하는 새로운 기념 방식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안중근 의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움직이는 얼굴, 환한 미소로 다가오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 80주년, 다시 찾은 얼굴들’ 전시를 통해 AI 기반 복원 영상을 공개했다.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안창호 선생 등 굵직한 이름의 독립운동가들이 차례로 화면에 등장한다. 오래된 흑백사진 속 표정이 색채를 입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관람객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유관순 열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이어 태극기 앞에 서서 두 팔을 힘차게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한 세기 전의 감격을 되살린 듯한 울림을 안겼다.

시민들은 “AI인 줄 알면서도 눈물이 난다”, “오랜 시간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분들이 실제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윤봉길 의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까지

 

이번 복원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들에만 그치지 않았다.
김마리아, 남자현, 윤희순, 박차정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젊은 시절 모습도 구현됐다.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졌지만, 그간 역사 교과서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다. AI 기술은 그들의 얼굴과 눈빛을 되살려내어 관람객에게 새로운 울림을 선사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앞줄 (왼쪽부터): 신익희, 이승만, 이동녕     뒷줄 (왼쪽부터): 안창호, 이동휘, 여운형, 조소앙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10대 독립운동가들이 교복 차림으로 운동장을 걸어 나오는 장면도 공개됐다. 어린 학생들이었던 그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떠올리게 하며, 청소년 세대의 희생과 용기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그날의 소리’까지 복원한 AI

 

이번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소리의 재현’이다. 국가보훈부와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1945년 8월 15일과 그 직후 거리에서 울려 퍼졌던 함성을 AI로 되살렸다. 역사학자들의 자문과 후손들의 증언, 당시 문헌 기록을 토대로 군중의 환호, 차량 경적, 발걸음 소리 등이 재구성됐다. 특히 종로 일대 행진과 경성역(현 서울역)에 운집한 8만 명의 외침이 음향으로 구현돼, 관람객들은 마치 그날의 현장 속에 서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했다.

 

한 시민은 “영상보다 소리가 더 큰 울림을 준다. ‘대한독립만세’라는 함성이 단순한 음향이 아니라 우리 DNA에 새겨진 기억처럼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립운동가의 목소리, 직접 들리다

 

SK텔레콤과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친필 문장을 음성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환국 기념 서명포’에 적힌 글귀가 실제 목소리 혹은 직계 후손의 음성을 바탕으로 다시 울려 퍼졌다.

김구 선생의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조소앙 선생의 “나라를 위해 노력하자”, 신익희 선생의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자”는 메시지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현재형의 목소리로 다가와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기술로 이어지는 기억과 교육

 

이번 AI 복원 프로젝트는 “역사와 기억은 기록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시각·청각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역사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해 영상이 확산되면서,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닌 살아 있는 인격체로서 독립운동가들을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댓글로 “교과서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역사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배우게 됐다”고 반응했다.

 

광복 80주년의 의미

 

광복은 단순한 해방의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번 AI 복원 프로젝트는 단절된 시간을 뛰어넘어 선열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다시 눈을 맞추게 했다. AI라는 도구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가볍게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지하게 기억을 계승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 힘차게 만세를 외치는 군중의 소리, 그리고 독립운동가가 직접 전하는 목소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잊지 말고, 이어가라.”
 

안 대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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