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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규모와 삶의 행복 지수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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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행복해지려면 정신적 가치를 찾아야

 

정신적 풍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예의와 배려를 통해 한국적 미덕을 재발견 할 때다


• 경제 10위 대한민국,   행복 대국으로 가는 길

 

— 도덕과 예의, 그리고 정신적 가치의 부활이 절실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 수출액은 7천억 달러를 넘나들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 행복지수는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물질적 풍요에 비해 마음의 풍요는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이 진정한 행복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도덕과 예의, 정신적 가치의 회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행복의 토대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강조한다.

 


■ 경제는 10위, 행복은 30위-풍요 속의 빈곤

 

한국은 기술력과 산업화 속도 면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다.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문화 콘텐츠 또한 BTS와 K-드라마를 중심으로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행복의 기준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4년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중 32위. 경제적 성취는 높지만 심리적 안정은 낮은 전형적 불균형 구조다. 경쟁 과열, 사회 불신, 관계 단절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한 직장인 김모(45)씨는 ‘성과는 높지만 사람 사이의 온기가 없다’며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정신적 여유를 느낄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 예의와 배려, 한국적 미덕의 재발견

 

한때 우리 사회는 정과 예의의 나라로 불렸다. 이웃 간의 문안 인사, 세대 간의 존중,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는 배려가 일상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와 디지털화 속에서 이러한 미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에는 학교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인성교육과 예의 회복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는 하루 한 칭찬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 간 긍정적 언어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경남의 한 복지관은 어르신과 청소년이 함께 예절을 배우는 세대공감 인문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 청소년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로 존중하는 말을 배우니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 정신적 가치의 회복, 행복의 본질로

 

물질의 풍요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정신적 가치가 회복될 때 사회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가진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명상, 봉사, 독서모임 등 정신적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확산된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는 단순한 여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발전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모 교수는 ‘경제는 성장의 속도를, 정신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며 이제 한국 사회는 더 빨리보다 더 깊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나눔과 공동체가 만드는 행복경제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다. 최근 착한가게 운동, 청소년 멘토링 봉사, 이웃 돌봄 네트워크  등 지역 공동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제과점은 매달 수익의 일부를 독거 어르신 도시락 지원에 사용하고, 부산의 한 대학생 모임은 주말마다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학습 봉사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이야말로 정신적 부국(富國)으로 향하는 발판이다.

 

경제학자들은 ‘행복은 GDP가 아니라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 여러 국가는 기업의 사회공헌, 시민 자원봉사, 정서적 안정도를 주요 행복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 역시 경제성장의 다음 단계를 위해 공동체적 행복 지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정신적 풍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앞으로의 세계 경쟁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인간의 품격에서 갈린다. 인공지능, 자동화 시대일수록 감성적 리더십, 공감능력, 도덕적 판단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완성되려면, 경제지표를 넘어 인간 중심의 성장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것은 곧 도덕과 예의, 정신적 가치가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회다.

 

행복은 수입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에서 비롯된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를 넘어 행복 1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서로에게 예의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 경쟁력은 경제력보다 정신적 품격에 달려 있다. 
이웃에게 미소 짓는 시민, 타인을 배려하는 기업, 공정한 사회 제도 — 

그 조화가 바로 행복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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