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장수하늘소의 귀환…멸종위기 곤충 15마리 광릉숲으로 날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장수하늘소가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국립수목원은 지난 15일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서 인공사육으로 길러낸 장수하늘소 15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사는 단순한 생태 복원을 넘어,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생명 보전’의 가치를 되새기는 행사로 평가된다.
■ 유일한 서식지, 광릉숲의 특별한 곤충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에서 광릉숲에만 서식하는 희귀 곤충으로, 길게 뻗은 더듬이와 웅장한 자태 때문에 ‘숲 속의 장수’라 불려왔다.
그러나 개발과 환경 변화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격상됐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장수하늘소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광릉숲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종”이라며 “이 곤충이 살아남아야 숲의 건강성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 인공사육에서 자연 방사까지
국립수목원은 2015년부터 장수하늘소 인공사육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유충의 생태와 먹이 환경을 분석해 사육 방법을 정립했고, 꾸준한 연구 끝에 번식에 성공했다.
2018년부터는 사육장에서 자란 개체를 매년 숲으로 돌려보내며 자연 복원에 나섰다. 올해 방사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광릉숲으로 돌아간 장수하늘소는 총 86마리에 이른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자연에서 태어난 장수하늘소와 인공 방사된 개체가 만나 교배하며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성과는 연구진의 노력과 국민적 관심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 광복 80주년과 맞물린 생태 복원의 의미
이번 방사가 광복 80주년과 맞물렸다는 점은 특별하다.
전문가들은 “광복이 민족의 자유를 되찾는 과정이었다면, 장수하늘소의 귀환은 자연의 생명력을 되찾는 과정”이라며 “역사와 생태가 동시에 회복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을 찾은 한 참가자는 “광복 80주년에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것처럼, 사라질 뻔한 곤충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후손에게 전해줄 또 다른 ‘자유의 상징’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생태계 복원의 새로운 출발점
장수하늘소는 수명과 번식 환경이 까다로워 복원이 쉽지 않은 곤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사육과 방사에 성공했다는 점은 한국 생태 보전 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성과로 꼽힌다.
국립수목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방사와 모니터링을 이어가며, 장수하늘소가 자연에서 스스로 개체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멸종위기종 보전 모델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 “생명도 역사처럼 기억되고 지켜져야”
전문가들은 장수하늘소 복원이 단순한 곤충 보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강조한다.
이항로 생태학 박사는 “우리가 광복을 기념하듯, 자연의 생명도 잊지 않고 지켜야 한다”며 “광복 80주년에 맞춰 이 곤충이 숲으로 돌아간 것은 우연이 아닌, 후세를 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