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2월이 다가오면 전 세계 도시와 가정 곳곳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득 찬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푸른 나무가 처음부터 성탄절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시작은 고대 겨울 숭배 의식, 중세 기독교의 재해석, 그리고 근대 왕실의 대중화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긴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고대의 상록수, 영원한 생명의 상징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모든 나무가 잎을 떨구어 메말라가는 시기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는 인류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고대 로마인들은 동지 축제인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때 집 안에 월계수와 상록수를 장식하며 태양의 부활을 기원했다. 게르만족과 켈트족 또한 상록수를 집 안에 들여놓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처럼 푸른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죽음을 이기는 생명력과 새로운 빛의 도래를 의미했다.
![19세기 독일 크리스마스 트리 독일 전통 장식으로, 사탕·과자·견과류·종이 오너먼트를 걸어둔 초기 모습. 오늘날처럼 화려한 유리 장식과 전구가 등장하기 전, 가족이 손수 만든 먹을거리와 작은 장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퍼블릭 도메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1/1756676787530_74156873.jpeg)
기독교의 도입과 새로운 상징
8세기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는 성 보니파티우스가 등장한다. 그는 게르만 사람들이 토르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참나무를 쓰러뜨리고, 그 자리에 전나무를 심으며 “이것이 그리스도의 나무”라 말했다고 한다. 그 순간부터 상록수는 기독교적 의미를 덧입고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중세 ‘파라다이스 트리’의 상징적 묘사 12월 24일 ‘아담과 이브 축일’에 교회 안에 세운 나무로, 사과와 상징물을 매달아 에덴동산을 표현. 훗날 기독교 문화권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발전한 중요한 기원 요소입니다. [퍼블릭 도메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1/1756676814343_766524186.jpeg)
중세 독일 교회에서는 12월 24일, 에덴동산을 상징하는 ‘파라다이스 트리’를 세웠다. 여기에 선악과를 상징하는 붉은 사과와 빵, 종이를 달아 장식했는데, 이는 훗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의 원형이 되었다.
![프라이부르크 제빵 길드의 전통을 반영한 삽화 1419년 제빵업 조합이 병원에 나무를 세우고 과자와 장식을 달았다는 기록을 떠올리게 하는 자료. 크리스마스 트리가 처음으로 공식 기록에 등장한 사례와 관련 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1/1756676872090_665448013.jpeg)
최초의 기록된 트리와 마르틴 루터의 전설
14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제빵 길드는 병원에 나무를 세우고 사과와 과자, 은박 장식을 달았다. 이는 역사에 남은 최초의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로 꼽힌다.
그리고 16세기, 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별빛이 빛나는 전나무 숲을 걷다 영감을 받아 집 안에 나무를 세우고 촛불을 달았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가장 유명한 전설이다. 이로써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이미지는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트리 삽화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이 가족과 함께 트리를 장식한 장면을 담은 1840년대 신문 그림. 이 그림이 실린 이후, 크리스마스 트리가 영국과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퍼졌습니다. [퍼블릭 도메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1/1756676888967_216502841.jpeg)
왕실의 선택, 세계로 번져나가다
시간이 흘러 1840년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이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모습이 신문 삽화로 실렸다. 이는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영국뿐 아니라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 붐’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는 독일계 이민자들에 의해 전통이 전해졌으며, 19세기 후반에는 뉴욕과 워싱턴까지 확산되었다. 1923년부터는 백악관 앞에서 ‘국가 트리 점등식’이 열리며 크리스마스 트리는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의미
이제 크리스마스 트리는 단순히 종교적 상징을 넘어선다. 화려한 전구와 장식은 희망과 축복을 전하는 메시지가 되었고, 가족과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장치가 되었다. 고대인의 숲속 제사에서 시작된 상록수의 의미는, 오늘날 전 세계 수억 가정의 거실 한켠에서 반짝이며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