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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서 ‘사자보이즈’를 봤다?” 김대건 신부 성상, 해외 커뮤니티서 화제

산타뉴스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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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불러온 의외의 연결고리
김대건 신부 AI유사생성이미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AI유사생성 이미지]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뜻밖의 문화적 파급력이 바티칸까지 이어졌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자 보이즈(Vatican Saja Boys)’라는 별칭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갓과 도포를 입은 김대건 신부의 차림이, 작품 속 저승사자를 모티브로 한 K팝 아이돌 그룹 캐릭터와 흡사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재미있는 연결고리는 해외 네티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빠르게 밈(meme)으로 확산됐다. 

사자보이즈 [사진제공 나무위키]
사자보이즈 [사진제공 나무위키]

 

온라인에서 폭발한 밈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김대건 신부 성상 사진과 함께 “바티칸 사자 보이즈”라는 글귀가 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심지어 애니메이션 속 사자 보이즈의 곡 '〈Your Idol〉'의 가사 일부까지 첨부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달린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교황조차 그들의 카리스마를 거부할 수 없었다.”“성당에서 한국의 수호 성인을 보고 흐뭇했는데, 이제는 밈으로까지 즐길 수 있어 좋다.”“케데헌 세계관이라면 저 분은 19세기 사자보이즈 트레이너였을 듯.”


국내 네티즌들 역시 “이제 해외에선 한복에 갓만 쓰면 사자보이즈로 본다”, “정확히 말하면 사제보이즈”, “김대건 신부님도 전 세계에 알려지신 걸 좋아하실 것”이라며 재치 있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건 신부 성상의 역사적 의미

 

문제의 성상은 2023년 9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공식 봉헌됐다. 조각가 한진섭이 제작한 이 조형물은 높이 3.7m, 폭 1.83m 규모로, 김 신부가 갓과 도포를 걸치고 두 팔을 벌린 채 모든 이들을 품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1821~1846)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25세에 박해 속에서 순교했다. 이후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고, 한국 천주교의 수호 성인으로 기려지고 있다. 동양인으로서 바티칸 대성당에 성상이 세워진 것은 김 신부가 최초다.

 

K-콘텐츠와 종교 문화의 만남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케데헌」은 2025년 6월 20일 공개 후 두 달 만에 누적 시청 2억 3,600만 회를 기록하며 영화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시리즈 작품까지 합치면 「오징어 게임 시즌 1」, 「웬즈데이 시즌 1」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품의 흥행은 한국 전통 복식과 상징물을 전 세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바티칸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 성상이 ‘사자보이즈’와 겹쳐 보이는 해프닝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한국 문화와 종교적 유산이 글로벌 K-콘텐츠 흐름과 교차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문화적 해석과 앞으로의 기대

 

이번 현상은 성스러운 성상과 대중문화 캐릭터의 의외의 접점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문화 번역(cultural translation)이 이루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전통적 종교 상징이 K-콘텐츠에 힘입어 다시 조명되는 것은,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적 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결국 김대건 신부 성상은 더 이상 단순히 종교적 조형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인터넷 문화 속에서 ‘사자 보이즈’라는 별명으로 또 다른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다.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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