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하늘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와 ‘아리랑’
![쿠바에서 열린 광복절 80주년 행사에서 한인 후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810/1754829710003_841167841.png)
지난 9일(현지시간), 카리브해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쿠바 아바나의 나시오날호텔.
이곳에 모인 170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80년 전, 먼 조국에서 울려 퍼졌던 그날의 함성 — “대한독립 만세”였다.
■외교 수립 이후 처음 열린 광복절 기념식
쿠바와 한국이 정식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은 불과 지난해 2월. 이어 올해,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문을 열면서 비로소 광복절 기념 행사가 쿠바 땅에서 공식적으로 열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행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가 주관했으며, 쿠바 문화부 인사와 현지 한인 후손, 한글학교 관계자, 주쿠바 한국대사관, 재쿠바한인회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 독립운동의 기억을 품은 사람들
행사에는 특별한 인물들이 있었다. 독립유공자 김세원 선생의 손자 안토니오 김(81) 쿠바 한인후손회장, 그리고 독립운동가 임천택 선생의 딸 마르타 임(87·한국명 임은희) 전 마탄사스종합대 교수. 이들은 먼 타국에서 살아왔지만, 조국의 역사와 뿌리를 결코 잊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은 참석자들과 함께 힘차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고, 이내 행사장은 ‘아리랑’ 합창으로 하나가 됐다. 흘러나온 노래는 단순한 민요가 아닌, 고향과 자유를 그리워한 세대들의 심장이었다.
■한복의 물결, 울려 퍼진 문화의 향기
무대 위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인 후손들이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쿠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매혹적인 색감과 선율,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혼이 현장을 물들였다. 일부 현지 관객은 공연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이어졌다.
■잊지 않는 나눔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는 멕시코에서 공수한 고추장, 고춧가루, 라면, 잡채 재료 등을 쿠바 한인후손회와 쿠바 한글학교에 전달했다.
또, 쿠바에서 꾸준히 K-팝 행사를 개최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는 단체 ‘아르코르’에 후원금도 기부했다.
박래곤 협의회장은 “쿠바의 한인 선조들은 힘든 노동 속에서도 독립 자금을 모아 조국에 보냈다”며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 그 희생과 헌신을 기릴 수 있음에 가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였다.
100여 년 전, 삶의 터전을 잃고 쿠바로 건너온 한인들은 사탕수수밭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갔다.
그러나 고단한 삶 속에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조국으로 보냈고, 그 정신은 오늘날 후손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날 행사에서 울려 퍼진 만세 삼창과 ‘아리랑’은 쿠바 한인 사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광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2025년의 쿠바.
그곳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한국과 쿠바, 그리고 전 세계 한인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할 자유와 평화, 그리고 문화적 유산을 향한 약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