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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하늘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와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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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하늘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와 ‘아리랑’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입력
광복 80주년, 한인 후손과 쿠바 시민이 함께 부른 자유와 희망의 노래
쿠바에서 열린 광복절 80주년 행사에서 한인 후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쿠바에서 열린 광복절 80주년 행사에서 한인 후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지난 9일(현지시간), 카리브해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쿠바 아바나의 나시오날호텔.
이곳에 모인 170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80년 전, 먼 조국에서 울려 퍼졌던 그날의 함성 — “대한독립 만세”였다.

 

■외교 수립 이후 처음 열린 광복절 기념식

 

쿠바와 한국이 정식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은 불과 지난해 2월. 이어 올해,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문을 열면서 비로소 광복절 기념 행사가 쿠바 땅에서 공식적으로 열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행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가 주관했으며, 쿠바 문화부 인사와 현지 한인 후손, 한글학교 관계자, 주쿠바 한국대사관, 재쿠바한인회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 독립운동의 기억을 품은 사람들

 

행사에는 특별한 인물들이 있었다. 독립유공자 김세원 선생의 손자 안토니오 김(81) 쿠바 한인후손회장, 그리고 독립운동가 임천택 선생의 딸 마르타 임(87·한국명 임은희) 전 마탄사스종합대 교수. 이들은 먼 타국에서 살아왔지만, 조국의 역사와 뿌리를 결코 잊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은 참석자들과 함께 힘차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고, 이내 행사장은 ‘아리랑’ 합창으로 하나가 됐다. 흘러나온 노래는 단순한 민요가 아닌, 고향과 자유를 그리워한 세대들의 심장이었다.

 

■한복의 물결, 울려 퍼진 문화의 향기

 

무대 위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인 후손들이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쿠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매혹적인 색감과 선율,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혼이 현장을 물들였다. 일부 현지 관객은 공연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이어졌다.

 

■잊지 않는 나눔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는 멕시코에서 공수한 고추장, 고춧가루, 라면, 잡채 재료 등을 쿠바 한인후손회와 쿠바 한글학교에 전달했다. 

또, 쿠바에서 꾸준히 K-팝 행사를 개최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는 단체 ‘아르코르’에 후원금도 기부했다.
박래곤 협의회장은 “쿠바의 한인 선조들은 힘든 노동 속에서도 독립 자금을 모아 조국에 보냈다”며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 그 희생과 헌신을 기릴 수 있음에 가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였다.
100여 년 전, 삶의 터전을 잃고 쿠바로 건너온 한인들은 사탕수수밭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갔다. 

그러나 고단한 삶 속에서도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조국으로 보냈고, 그 정신은 오늘날 후손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날 행사에서 울려 퍼진 만세 삼창과 ‘아리랑’은 쿠바 한인 사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광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2025년의 쿠바.
그곳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한국과 쿠바, 그리고 전 세계 한인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할 자유와 평화, 그리고 문화적 유산을 향한 약속이었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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