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한자 공부 열풍

“퇴근 후 천자문 펼친다”
직장인들 사이 번지는 ‘한자 공부 열풍’
최근 성인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자 학습지와 입문용 한자 시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린 시절 이후 멀어졌던 한자를 다시 배우며 문해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한자능력검정시험의 입문 단계 응시자는 최근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가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도 직장인 수강생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자격증 취득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짧고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시 ‘읽고 이해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한자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의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초등학생용 한자 학습지를 정기 구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보고서나 기사에서 단어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며 “한자를 공부하니 어휘 구조가 보이고 문장 이해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문해력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메일과 보고서, 계약서, 공문서 등 업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자어 기반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결재’, ‘승인’, ‘보류’, ‘검토’, ‘합의’처럼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상당수가 한자어다.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문맥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들의 한자 학습 열풍이 단순 암기 교육이 아니라 ‘언어 감각 회복’과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인 학습자들은 점수를 위한 공부보다 사고력과 독해력을 높이는 방향에 관심이 많다”며 “한자는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게 해주기 때문에 어휘력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디지털 기술 발달로 오히려 인간 고유의 문해력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를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내용을 정확히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긴 문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시 내용을 잘못 해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문해력 교육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퇴근 후 스터디카페나 온라인 강의에서 한자를 배우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일부 학원에서는 초등학생과 성인이 함께 수업을 듣는 진풍경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성인 학습자들도 점차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성인용 교양 한자책과 문해력 도서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부모가 아이 교육을 위해 구매했다면 지금은 직장인 본인이 직접 공부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빠른 정보 소비 시대일수록 깊이 읽고 이해하는 능력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짧은 문장에 익숙해진 시대, 다시 사전을 펼치고 한자를 써 내려가는 성인들의 모습은 잃어버린 언어 감각을 되찾으려는 새로운 자기계발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