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디지털 시대에도 다시 사랑받길”… 앤서니 브라운, 6년 만에 한국 방문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전: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그는 내년 데뷔 50주년을 앞두고 그간의 창작 여정과 그림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직접 전했다.
■ 디지털 시대 속 그림책의 가치
브라운은 1976년 첫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 이후, <고릴라>, <우리 엄마>, <헨리의 소원> 등 상징적인 작품들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최근 그림책 시장의 변화에 대해 그는 솔직한 우려를 표했다.
“유튜브,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급부상하면서 그림책이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그림책이 주는 감성,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의 힘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번 전시와 방한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그림책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창작의 원동력에 대해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몰입과 기쁨이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 열린 결말로 확장되는 아이들의 상상력
브라운의 작품은 ‘열린 결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상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린 결말을 즐겨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책 속 장면들은 종종 일상적인 장면 속에 초현실적인 요소를 더하거나, 상징과 은유를 활용해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읽기 경험을 넘어, 아이들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장치로 작용한다.
■ 260여 점 원화와 창작의 비밀 공개
이번 전시는 브라운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 원화까지 포함해 총 2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초기 스케치부터 채색, 최종 인쇄본에 이르기까지 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그의 시그니처 캐릭터 ‘윌리’와 ‘고릴라’ 시리즈가 대형 패널로 재현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작품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부 코너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그림책 속 장면을 재해석해 그려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브라운은 한국 독자들과의 깊은 인연을 언급하며 “한국은 제 작품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애정을 보여주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 기간 동안 사인회, 특별 강연, 어린이 그림책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팬들과 직접 교감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방문 때마다 느끼는 건, 부모와 아이가 함께 그림책을 읽는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이 문화가 계속 이어져 다음 세대에도 그림책이 중요한 예술 매체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 그림책의 미래를 향한 메시지
브라운은 마지막으로 “그림책은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자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감성과 상상력의 경험이 존재한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