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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 광복 80주년 맞아 서울에 모인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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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 광복 80주년 맞아 서울에 모인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

산타뉴스 이성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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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조부의 독립운동, 직접 느끼니 감격… 선조들의 정신 이어가겠다”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두영무(왼쪽부터)씨, 곽소혜씨, 유화씨가 14일 서울시청에서 광복 80주년에 함께 방한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시진제공 서울시]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서울에 모였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념 방문을 넘어, 뿌리를 확인하고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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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 바치는 특별한 ‘아리랑’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경축식’ 무대에는 부부 독립운동가 김성숙·두군혜 선생의 손자이자 중국명 두닝우(59)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두영무 씨가 섰다. 그는 “이 연주는 조국과 조부모에게 바치는 유일무이한 아리랑”이라며 자신이 만든 변주곡을 연주했다.

그는 임시정부 활동 당시 조부와 조모의 삶을 오래 전해 듣고 자랐지만,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이번 연주에 대해 그는 “일반 음악회와는 다르게,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담아 더욱 우아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지만, 서울시의 초청으로 중국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18명과 함께 한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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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의 ‘뿌리 찾기’ 여정

 

유기석 선생의 손자 유화(57) 씨는 “1999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할아버지가 살던 곳조차 찾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광복회와 서울시의 도움으로 정확한 고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몰랐던 다른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만나니 마치 잃었던 가족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의열단원 이동화 선생의 외손녀 곽소혜(57) 씨는 “안창호 선생과 함께 투옥된 조부 이야기를 늘 들었지만, 직접 기념관과 사적지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곽 씨는 현재 중국에서 전통의학과 태극권을 전수하며 무술관을 운영 중인데, 이는 군사기술과 의술을 가르쳤던 조부의 삶을 잇는 것이기도 하다.

유화 씨의 집안 역시 교육에 헌신한 선조의 뜻을 이어, 만주 등지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교육자 가문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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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교류와 후손 네트워크 희망

 

곽소혜 씨는 “앞으로 해외에 흩어져 사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광복회와 서울시가 이를 지원해주길 희망했다. 그는 “한중 간 역사·문화 교류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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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여 명이 함께한 경축식

 

이날 행사에는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19명을 비롯해 광복회 회원, 보훈단체 관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손들과 함께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 정신을 상징하는 태극기에 서명하며,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사에서는 시민국악합창단의 공연, ‘Run again, 손기정 서울을 달리다’와 ‘광복 80년, 잊혀진 별들의 귀환’ 등 AI로 재현한 역사 영상이 상영돼, 후손들과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광복 80년의 의미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념 방문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역사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그 정신을 세계 속에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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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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