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바둑·장기판 철거, 노인들의 상실감과 정책 논란
![탑골공원 [퍼블릭 도메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9/1757357207019_98794179.jpg)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노인들의 바둑·장기 문화가 지난 7월 31일 종로구청의 전면 금지 조치로 중단됐다.
구청은 공원을 *“3·1 독립정신이 깃든 국가유산”*으로 관리한다는 명목과 함께, 바둑판 주변에서 음주·폭력이 발생해 경찰 출동이 잦다는 치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공원에서 갑작스럽게 바둑·장기판이 사라지자 노인들 사이에서는 깊은 허탈감과 소외감이 번지고 있다.
노인들의 허탈감
바둑판이 치워진 자리에서 노인들은 멍하니 자리를 지켜보거나 부채질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같이 돌을 쥐고 대국을 이어가던 손끝이 허공을 맴돌자, 일부는 “우리가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장기를 두어온 한 노인은 *“3년 전만 해도 구청이 장기판을 제공했는데, 이제 와서 하루아침에 금지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안은 있으나 ‘귀찮음’에 외면
종로구청은 대안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 바둑실과 종묘광장공원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센터는 회원 가입 절차가 필요해 노인들 사이에서 “귀찮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이용객은 대부분 기존 회원들이며, 탑골공원 출신 신규 유입은 크지 않다.
한 이용 노인은 *“야외에서 즐기던 놀이를 실내로 옮기니 정책에서 밀려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치안 개선 효과는 제한적
바둑판 철거 이후 경찰 출동 건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주취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구청 관계자와 경찰은 “바둑·장기 자체가 사건의 원인은 드물고, 술에 취한 일부가 끼어들어 폭행이나 소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날에도 공원 인근에는 술에 취해 드러누운 이들이 있었고, 일부는 행인에게 시비를 걸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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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시민사회의 비판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너무 앞선 정책”*이라 평가한다. 최영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두고 다툰다고 장난감을 아예 빼앗는 격”*이라고 지적하며, “치안을 유지하되 노인들이 건전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또한 “주취자와 바둑 노인들을 분리 관리했어야 한다”, “공원에서 사람 사는 모습이 사라지는 게 더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리
종로구청 조치: 국가유산 보호·치안 유지 명목으로 바둑·장기 전면 금지.
노인 반발: 애물단지 취급, 소외감 심화.
대안 제시: 복지센터·타 공원 바둑실 마련 → 가입 절차 번거로워 참여 저조.
치안 현황: 경찰 출동은 줄었으나 주취자 문제는 여전.
전문가 의견: 단순 철거가 아니라 노인 여가·치안 모두 고려한 정책 필요.
요약하자면, 바둑·장기판 철거는 단기적으로는 관리 효율을 가져왔으나, 노인 세대의 여가권과 사회적 소속감을 크게 훼손한 조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