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시 시작하자

인생은 정년이 없다
새해, 다시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
‘정년은 회사에만 있을 뿐, 인생에는 없다.’
새해가 되면 유난히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 이들이 있다.
퇴직 후에도, 혹은 중년의 전환점에서 다시 일터로, 배움으로, 사회로 나서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인생 이모작’이다. 한 번의 직업과 경력으로 생을 마무리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인생은 길어졌고 선택지는 다양해졌다.
이제 문제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다.
인생 이모작은 단순한 생계형 재취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퇴직 후 카페를 여는 중장년, 평생 직장인이던 사람이 마을 해설사나 돌봄 노동자가 되는 사례, 기술직에서 은퇴한 뒤 청년 멘토나 창업 코치로 활동하는 모습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쓸모 있는 존재로 남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이 주는 보람은 급여 명세서에만 적히지 않는다. 사회와의 연결, 자기 효능감, 하루를 살아갈 이유가 바로 그 보람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인생 이모작의 스펙트럼은 넓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뒤 지역 사회적기업에서 행정과 기획을 맡는 60대,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농촌으로 내려가 스마트 농업을 배우는 부부, 제조업 숙련공이 직업계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술 강사가 된 경우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재배치했다는 점이다. 인생 이모작은 리셋이 아니라 재편성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의 성격 변화다. 과거의 일이 성과와 속도를 중시했다면, 이모작의 일은 관계와 지속성을 중시한다. 조직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공동체의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돌봄, 교육, 지역 서비스 분야에서 중장년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들의 경험과 책임감은 사회적 자산에 가깝다.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도 인생 이모작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는 복지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세대 간 지식 이전을 통해 사회적 단절을 줄인다.
셋째, 은퇴 후 고립과 우울을 예방하는 건강 정책의 역할도 한다.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이 된다.
물론 현실의 장벽도 분명하다. 연령 차별, 낮은 임금, 단기 계약 위주의 일자리, 재교육 기회의 부족은 여전히 큰 문제다. 다시 일하라는 구호만 있고, 어디서 어떻게에 대한 답은 부족하다. 인생 이모작을 개인의 용기와 희생에만 맡겨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함께 중장년 맞춤형 교육, 전환 일자리, 경험 기반 직무 설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새해는 늘 다짐의 계절이다.
그러나 인생 이모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이동에서 시작된다.
주 2~3일의 일, 배움을 겸한 노동, 지역과 연결된 역할 하나만으로도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나이보다 태도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멈춘다.
다시 시작한다고 믿는 순간, 또 한 번의 계절이 열린다.
인생에는 정년이 없다.
새해,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개인을 살리고 사회를 살린다.
이것이 인생 이모작으로써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