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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 새내기 간호사의 ‘조용한 용기’… 한 생명을 살린 그날의 결심

산타뉴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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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감사가 더 컸어요” —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 기증한 박성원 간호사의 따뜻한 이야기
박성원 울산대학교병원 간호사는 최근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사진제공 울산대병원]
박성원 울산대학교병원 간호사는 최근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사진제공 울산대병원]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의 젊은 간호사 박성원 씨는 최근 백혈병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그녀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잠깐의 아픔쯤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조용히 웃었다.

 

헌혈에서 시작된 ‘작은 습관’, 그리고 생명으로 이어진 ‘큰 선택’

 

박 간호사의 여정은 고등학생 시절의 단순한 헌혈로 시작됐다.
한 번, 두 번 헌혈을 이어가던 그는 대학생이던 2021년, 우연히 접한 안내문을 보고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언젠가 내가 등록한 이 기록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025년, 울산대병원에 입사한 그는 매일 백혈병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며 ‘기증이 꼭 필요한 순간들’을 눈으로 보았다.
그때의 기억이 그에게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그날, 제 이름이 불렸어요”

 

지난 7월, 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한 통의 연락이 왔다.
“환자와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했습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기증 전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환자에게 생명을 건네는 순간을 맞았다.

“가족들은 걱정했어요. 하지만 한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더 컸습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평온이, 그리고 깊은 확신이 비쳤다.


 ‘용기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

 

조혈모세포 기증은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에게 생명을 이어주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등록자 45만 명 중 실제 기증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건강 문제나 막연한 두려움, 가족의 만류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 간호사의 결심은 더 소중하다.
그는 “기증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작은 결심이 만든 기적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기증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을,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낸 사랑의 실천이었다.

그날 병실의 한쪽에서는 한 생명이 다시 숨을 쉬었고,
또 한쪽에서는 한 간호사의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박성원 간호사는 오늘도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환자들에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 안에는 여전히 그날의 따뜻한 결심이 살아 있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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