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향, 뇌를 젊게 하고 기억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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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방법이 ‘향기’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운동, 식습관, 인지 훈련이 치매 예방과 뇌 노화를 늦추는 주요 수단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후각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뇌 자극 통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일본 연구팀, 장미향이 뇌 구조 바꿨다
일본 교토대와 쓰쿠바대 공동연구팀은 건강한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한 달 동안 장미향 오일을 뿌린 옷을 착용하게 하고, 그 전후의 뇌 변화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억과 자기 성찰, 회상 기능을 담당하는 후방 대상피질(PCC)에서 회색질 부피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감정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안와전두피질(OFC)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반복적으로 같은 향기에 노출되면 감정 반응은 둔화되지만, 향기와 연결된 기억 회로는 오히려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 미국 연구진, 향 자극으로 고령자 기억력 2배 향상
비슷한 연구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에서도 이어졌다.
60세에서 85세 사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매일 밤 2시간씩 장미, 오렌지, 라벤더, 페퍼민트, 유칼립투스, 로즈메리 등 7가지 향을 순차적으로 맡게 했다.
그 결과, 기억력 검사 점수는 대조군보다 2배 이상 높아졌고, 뇌 영상에서는 기억과 감정을 연결하는 ‘갈고리다발(uncinate fasciculus)’의 연결성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후각 자극은 뇌 속 배선을 튼튼하게 만들어 신경 회로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 왜 향기가 특별한가? 후각 신호의 지름길
향기가 뇌 기능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신경 경로에 있다.
시각이나 청각은 여러 단계를 거쳐 대뇌피질에서 처리되지만, 후각은 훨씬 단순하다.
코에서 들어온 냄새 신호는 곧장 해마와 편도체로 전달되며, 이는 기억과 감정을 다루는 회로와 직접 맞닿아 있다.
이 특성 때문에 치매 연구에서도 후각이 중요한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타우 단백질이 전체로 퍼지기 전에 먼저 후각구, 편도체, 해마 같은 후각 경로에 축적된다. 후각 기능 저하는 치매의 ‘첫 번째 신호’라는 뜻이다.
■ 성별 차이도 확인… 남성은 실행 기능, 여성은 공간 지각 취약
2024년 국제 학술지 Bi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후각 기능 저하가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인지 약화를 가져온다는 점이 밝혀졌다.
남성은 냄새 탐지 능력이 떨어질 때 말하기·문제해결·계획 수행 같은 실행 기능이 함께 약화되는 반면, 여성은 길 찾기와 공간 배치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치매 증상이 왜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실마리이기도 하다.
■ 치매 조기 진단 기술로 확산
후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후각 검사를 활용한 치매 조기 진단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개발한 "UPSIT(후각 식별 검사)"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준 도구다.
스크래치 카드를 긁어 특정 향을 맡고 제시된 보기 중 정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총 40문항으로 구성된다.
또한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아로마 브레인 헬스 테스트"를 선보였다. 향기 구분 능력을 평가해 뇌 건강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는 방식이다.
■ 일상 속 작은 습관, 뇌 건강 지킨다
전문가들은 “생활 속에서 은은한 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의류나 침구, 생활공간에 향기를 더하는 단순한 습관이 인지 기능뿐 아니라 정서와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브라운대의 신경과학자 레이첼 헤르츠 교수는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동시에 자극한다”며 “향기 자극은 호흡, 염증, 스트레스 호르몬 같은 신체 지표까지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 ‘향기 치유’에서 ‘향기 의학’으로
결국 장미나 허브 향기를 맡는 행위는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연구진은 “향기를 활용한 생활 습관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정서 안정과 수면 개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기가 뇌와 기억을 되살리고, 치매 조기 진단의 열쇠로까지 떠오른 지금, 작은 향 한 모금이 ‘젊은 두뇌’를 지키는 중요한 생활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