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포럼’ 발족
저는 올해 76세입니다. 100세 시대라지만 언젠간 삶을 마무리 할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49년 전 서대문 구치소에서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어 환경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 평생 환경운동가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우리의 예측을 넘어 더 험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절반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북쪽의 환경문제는 절벽 위에 있는 듯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은 생애를 ‘분단을 넘어 한반도의 기후 회복’을 위해 바치고자 합니다.
◾ 북한은 지리적인 환경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기후 국가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은 황폐화되었고, 하천은 메말라 가며, 재생에너지 기반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런 문제를 인식해온 것은 그나마 평가할 수 있지만, 가야 할 길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반도에 닥친 기후위기는 식량과 보건의 위기이자 생태계의 파괴와 안보까지도 위협하는 남북 공통의 과제입니다.
◾ 광복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날은 과거 일제로부터의 독립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우리가 광복해야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21세기의 광복에서 환경을 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자유의 회복’ 뿐 아니라 한반도 ‘기후와 자연의 회복’을 다짐해 봅니다.
◾ 환경재단은 지난 23년 동안 몽골의 사막화 방지,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미얀마의 맹그로브 복원, 베트남의 태양광 학교,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지원 등 아시아 곳곳에서 생태계를 회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민 참여 복원 모델, 재생에너지 보급, 기후보건 지원,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쌓아 올렸습니다.
◾ 또한 환경재단은 DMZ60 환경·평화 국제포럼, 북한 나무심기, 남북한 재생에너지 협력 세미나 등 한반도의 기후환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연대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까지 환경운동의 모든 경험과 네트워크를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아니, 해야만 합니다.
◾ ‘한반도 기후포럼’을 발족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기후위기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기에, 글로벌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 포럼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국가, 국제기구, 글로벌 시민사회가 함께 기후위기 공동 대응 방안을 찾는 다자간 협력의 장이 될 것입니다. 자연에 국경이 없듯이 기후위기 또한 분단선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북한의 기후환경 문제를 연구하고, 북한의 산림과 하천을 복원하고,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며, 식량과 의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기후보건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촉매 역할을 하겠습니다.
◾ 광복은 끝난 역사가 아닙니다. 지금 시작해야 할 미래입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의 미래와 한반도의 운명은 하나입니다. 저 최열, 남은 생을 한반도의 기후환경 협력에 바치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작은나무 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