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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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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남철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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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직원에게 퇴직 권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9000명의 인력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대규모 감원으로, 특히 40~50대 중간 관리자층이 주요 타깃이 되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KT는 2800명, LG유플러스는 최대 4억 원의 위로금을 걸고 50대 이상 직원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퇴직위로금을 최대 3억 원으로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도 90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본사 인력을 3000명 가까이 줄였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AI 시대의 도래와 인간 노동의 재편을 상징한다. 기업들은 “조직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중간 관리자층을 줄이고 있으며, AI가 고임금 화이트칼라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채용 공고도 줄었다. IT업계의 채용은 전년 대비 13.4% 감소했고, 경력직 개발자 채용도 5.3% 줄었다. 이제는 고학력, 고경력, 고임금조차 안전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절망이 아닌 재도약의 순간이다

 

최근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중장년층 기술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 특히 개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핵심 인력들이 해고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그러나 이 상황을 단순한 절망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다른 얼굴이다.

 

위기는 끝이 아니다 — 퇴직자에게 보내는 창업의 희망과 국가의 역할

노키아 휴대폰
노키아 휴대폰
앵그리버드

핀란드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했던 거대 기술 기업 노키아가 몰락한 후, 수천 명의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식과 창의성을 살려 창업에 나섰고, 그 결과 앵그리버드의 로비오(Rovio),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Supercell)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에서도 안정된 직장을 떠나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비앤비, 일렉트로닉 아츠 등은 모두 불확실한 시기에 창업한 기업이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퇴직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은 창업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이제는 그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다시 설계할 기회이다.

 

 정부와 사회에게 : 창업은 생존이 아닌 국가 경쟁력이다

 

핀란드가 노키아 몰락 이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있었다. ‘노키아 브리지(Nokia Bridge)’ 프로그램은 퇴직자들의 창업을 돕는 데 집중했고, 이후 출범한 Business Finland는 R&D, 투자, 해외 진출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창업을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은 산업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창의성과 실행력을 지녔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핀란드나 미국처럼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퇴직자 대상 창업 지원 프로그램 신설 (핀란드식 브리지 모델 도입)
  • 통합 창업 지원 플랫폼 구축 (R&D, 투자, 글로벌 진출 연계)
  • 실패를 용인하는 창업 문화 조성 (재도전 기회 확대, 사회적 인식 개선)
  • 중장년층 기술자 대상 멘토링·인큐베이팅 제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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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절망을 혁신으로 바꾸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혁신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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