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드디어 중국이다!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여행기
산타 뉴스는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 대장정 15500Km, 중국을 보다>, <물속에 쓴 이름들, 손호철의 이탈리아 사상 기행>, <카미노 데 쿠바: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를 가다> 등 역사기행 책을 쓴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번 여행기는 지난 7월 손 교수가 지상의 낙원인 ‘샹그릴라 ’이자 세계 최장수 마을인 파키스탄의 훈자계곡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이라는 카라코룸하이웨이로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을 건너 위구르족의 고향인 중국의 신장에 이르는 오지를 다녀온 여행기다.
그의 여행기를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연재한다.
쿤자랍패스. 해발 4800미터의 이 패스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국경인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이 지나가는 곳이다. 오늘은 이 패스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훈자계곡을 떠나 1시간을 달려가자 거대한 아이스크림콘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파수의 유명한 파수콘이다. 아름다운 기암괴석 사이로 어제 답사했던 빙하가 멀리 보였다.




다시 길을 떠났다. 1시간 정도 달리자 검문소가 나타났다. 파키스탄 국경인가 했더니 국립공원 출입문이었다. 다시 한참을 달리자 번화한 마을이 나타났다.


파키스탄 국경도시로 출국 사무소와 세관이 있는 곳이다. 중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보따리 상인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수속이 시작됐다. 파키스탄 관리들은 출국인 만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쉽게 수속이 끝났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중국 국경까지 다시 두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워낙 국경이 고산지대에 있으니 그곳에 출입국사무소를 설치, 운영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의 승객 수송을 독점으로 운영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카라코룸 하이웨이를 달렸다.

국경이 가까워져서 차들이 늘어나 고산 속에 차들이 줄을 지어 달렸다. 원래는 피크닉 장소에 내려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출국 수속 대기 등으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달리는 차 속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산속을 얼마를 달리자 두통이 찾아왔다. 우리가 출발한 2500미터 지대보다 더 고산이라는 뜻이다. 차는 해발 4000미터 고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평지가 나타났다. 정면에는 천안문을 닮은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중화인민공화국.’
글씨를 보니 중국 국경이다. 파키스탄 쪽에는 <I Love Pakistan>이란 대형 팻말이 세워져 있고, 중국 쪽 국경에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국의 국경 끝을 구경하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중국 여행객들이다. 파키스탄 비자는 받지 않아 중국 국경에만 머물러 사진만 찍고 있는 것이다.

“카톡”. 중국 국경을 넘자마자 그동안 먹통이었던 인터넷이 터졌다. 파키스탄에 비하면 중국은 ‘선진국’인 셈이다. 한데 전자시계에서 “삐” 소리가 났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두 시 반’에서 ‘다섯시 반’으로 바뀐 것이다. 광활한 영토의 같은 대국이지만, 지역마다 표준 시간이 다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전국이 베이징 단일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어 국경만 넘었는데 시간이 세 시간이나 앞 당져진 것이다.

한 대낮인데 저녁 다섯시 반이라니! 사실상 대낮에 저녁을 먹고 해도 안 뜬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중국의 중앙집중주의의 병폐를 국경에서 실감했다.

“이거 뭐지요?”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육로 입국이라 그런지, 중국 국경 세 관서 모든 것을 열어보는 등 내가 경험한 세관 중 가장 까다로웠다. 가방을 다 열라고 하고 자신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꼼꼼히 검사하고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전립선이 나빠 잘 때 화장실 다니기 귀찮아 여행 시 플라스틱 물병을 요강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이게 뭐냐고 물었다. “Night pee jar(야간소변통)!”. 여행 중 읽으려고 가져간 책도 사진 번역 프로그램 돌려 목차를 점검하는 등 난리를 쳤다. 혹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반입하나 검사하는 것이다.

세관검사가 끝나자 총을 맨 젊은 세관경찰이 미니버스에 동승했다. 여기서 다시 두 시간 걸리는 입국사무소까지 우리를 감시해 데리고 가기 위한 것이다. 가는 길에는 한족들을 이주시킨 깨끗한 신도시들이 눈에 띄였다. 그중 한 군데는 영어로 ‘Postdoctor Village’라고 쓰여 있다. 포스트닥터 빌리지라면 ‘박사들이 모여있는 마을’이라는 뜻인데 이 촌구석에 박사마을이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두 시간을 달려 국경도시 타슈쿠르간에 도착하자 이민국과 세관이 나타났다. 이민수속을 하고 나니 다시 세관이다. 국경에서 그처럼 꼼꼼한 새관검사했는데 또 세관검사?
다행히 이곳에서는 X레이 검사만 했다.
헌데 또 나를 불렀다. 점심 도시락에 있던 삶은 계란을 아껴놓았더니 걸린 것이다. 삶은 것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어 버려야 했다.
타슈쿠르간은 해발 3100미터의 국경도시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타지크족(타지키스탄의 타지크인과 다른 파미르족)이 사는 지역이다. 인구 40000명중 33000명이 타지크족이다.
숙소에 들어가자 젊은 부부가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디가 아픈가 의아해 하니 종업원이 고산병이라고 귀뜸을 해줬다. 각방에는 산소호흡기가 있고 로비에는 산소자판기이 있어 산소를 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