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어른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으면 제 삶이 달라졌을 겁니다

창원지법, ‘걷기 학교’로 소년범과 동행 — “처벌 넘어 삶의 방향 제시”
창원지방법원이 보호시설을 찾아 소년범들과 함께 걷는 ‘걷기 학교’를 운영하며 새로운 교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사법 처벌을 넘어 관계 회복과 인생 설계를 돕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참여 청소년들의 정서 안정과 재범 방지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걷기 학교는 법관과 보호관찰관, 상담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 소년범들과 일정 구간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정시설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활동은 청소년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한 교육이나 훈계가 아닌 ‘동행’의 형식이 핵심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17세 청소년은 ‘처음에는 판사님과 걷는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해 주셔서 놀랐다’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판사는 ‘소년범을 단순히 처벌의 대상으로 보면 변화는 어렵다’며 ‘이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무엇을 겪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걷기라는 행위는 서로를 같은 눈높이에서 만나게 하는 힘이 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고민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접근에 주목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를 연구하는 한 사회복지학 교수는 ‘기존의 처벌 중심 시스템은 단기적인 억제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인 재사회화에는 한계가 있다.
관계 형성과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병행될 때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의 지속적인 관계는 청소년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호관찰소 관계자에 따르면 걷기 학교 참여 청소년들 가운데 일부는 이후 학교 복귀나 직업 훈련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직 체계적인 통계는 축적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재범 위험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연 2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더 많은 청소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지만 효과가 확인되는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년범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창원지법의 걷기 학교는 처벌 이후의 ‘다음’을 고민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정 밖에서 이어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