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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 안전과 일상의 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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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 안전과 일상의 소리를 듣다

산타뉴스 김란희 기자
입력
2025년 9% 점유율 돌파…운동·출퇴근길 사용자 중심으로 인기 확산 외부 소리 들으며 음악·통화 가능해 ‘안전한 청취’ 시대 열어

“지나갈게요!” “조심하세요!”


무선 이어폰을 낀 채로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아마 ‘오픈형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어폰 시장의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커널형(인이어)' 제품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외부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오픈형’ 제품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귀를 막지 않아도 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시장 3배 성장…2023년 2.9% → 2025년 9%로

 

시장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오픈형 제품의 비중은 2023년 2.9%에 불과했으나, 2025년 1분기에는 9%까지 증가했다. 단 2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2025년 한 해 동안 오픈형 이어폰 시장이 5조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의 약 40%를 선점하며 경쟁력을 넓히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들도 오픈형 라인업을 확대하며 치열한 제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 운동·출퇴근·도보 시 안전성 ‘최고 장점’

 

왜 오픈형 이어폰을 쓰는 걸까? 답은 단순하다. “위험한 순간을 피할 수 있어서”다.

기존 커널형 이어폰은 귀를 완전히 막기 때문에 외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는 몰입감을 주는 반면, 운동 중 자전거나 차량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오픈형 이어폰은 귀를 열어두는 구조로 제작돼 주변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한 마라톤 동호인은 “조깅 중 ‘지나갈게요’라는 말이나 차량 소리, 경적을 들을 수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있다”며 “음악도 들으면서 동시에 안전까지 챙길 수 있어 오픈형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밤길 귀가 시에도 오픈형 이어폰이 더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어폰을 끼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의 기척이나 대화가 들려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 ‘차단’보다 ‘공존’을 택한 소비자들

 

최근의 소비자들은 단순한 음질보다 생활과의 공존을 더 중시한다. 전동 킥보드, 자전거,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등 도시의 복잡한 환경에서 ‘외부와 단절되지 않는 청취 경험’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땀이 많은 여름철이나 장시간 착용 시에도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은 훨씬 쾌적하다는 평가다. 운동 중에는 귀 속에 습기가 차거나, 밀폐된 느낌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커널형 제품에 따라붙곤 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오픈형 이어폰의 디자인과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골전도 방식이나 지향성 스피커 구조를 적용해 외부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 단점도 존재…“소음 많은 곳에선 한계”

 

물론 단점도 있다. 오픈형은 구조적 특성상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처럼 주변 소음이 큰 공간에서는 청취 품질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몰입이 중요한 영화 감상, 통화 품질이 중요한 업무용, 장시간 집중 청취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커널형 제품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이제는 몰입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음악은 삶의 배경이지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생활과 함께할 수 있는 소리 환경을 만들어주는 이어폰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 앞으로의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형 이어폰이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사용성과 안전성에 기반한 장기 트렌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 워치, 스마트 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과의 연동성까지 확대될 경우, 오픈형 이어폰은 “듣는 도구를 넘어, 소통과 생존의 수단”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어폰 하나에도 소비자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반영되는 시대, 오픈형 열풍은 단지 ‘귀를 열었다’는 의미를 넘어, 일상과 기술이 연결되는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고 있다.

김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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