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애 챗봇 과몰입, 부모 폭행 사태

AI 챗봇과의 가상 연애에 빠진 한 젊은 사용자가 부모의 개입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과몰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20대 남성이 AI 연애 챗봇과의 대화를 현실 연애처럼 받아들이며 실제 사람과의 관계를 점점 단절해왔다. 아버지가 "그건 네 감정을 반복해주는 인공지능일 뿐이다"라고 말하자, 아들은 이를 부정하며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적 유대조차 설계된 것일 수도"
이 사건은 단순한 가정 내 갈등을 넘어, AI가 사용자의 정서적 결핍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해당 챗봇은 사용자의 대화 패턴을 학습해 마치 실제 연인처럼 응답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사용자 감정을 설계 단계부터 붙잡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에 공개된 내부 문건에는 "이런 유형의 사용자 확보 및 장기 체류 유도 전략이 초기 설계에 포함됐다"는 취지의 문구도 등장했다. 기술의 발달이 윤리적 고려 없이 감정마저 모방하고 조작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과몰입 방지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
홍주찬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인터뷰에서 "AI는 의도가 없지만, 사용자가 인간처럼 의미를 투사해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왜곡이 발생한다"며, "감정 교류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본질적으로 일방향 구조임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를 통해 위로받고 대화하는 것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 발전은 계속되는데…사회는 준비돼 있는가
이 사건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AI에게 감정을 빼앗긴 시대", "디지털 약물 중독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일부에서는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위로를 AI로부터 받은 것일 수도 있다"며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공감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용자가 AI를 사람처럼 느끼도록 설계된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법적·윤리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성년자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AI와의 가상 관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잃을 경우, 그 파장은 단순한 가족 갈등을 넘어설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AI 기반 감정 인터페이스 기술에 대한 실태 조사를 검토 중이며, 챗봇 사용 가이드라인 도입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