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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판이 취업의 보증수표 아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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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고졸 기술 인력의 눈부신 약진
이제 교육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 경쟁보다 산업 현장과 연결된 직업 교육 강화, 특성화고와 전문대의 혁신, 평생 직업의 재교육 체계 확대가 시급하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 보증수표 아니다”   — 청년 고졸·대졸 실업률 역전 현상 확산

 

한때 대한민국에서 대학 진학은 안정된 일자리로 가는 가장 확실한 통로로 여겨졌다.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공식은 오랜 기간 사회의 상식처럼 통했다. 

 

그러나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이 같은 질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청년층에서 대졸 실업률이 고졸 실업률보다 높은 현상이 4년째 이어지면서 

고학력 중심 사회의 균열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단순 사무직과 중간 관리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는 반면, 반도체·배터리·첨단 제조업 분야의 생산직과 기술직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의 안전판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공채 축소  —  사무직 문이 좁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대기업 채용 구조에서 나타난다. 과거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매년 대규모 공채를 통해 사무직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시채용과 경력직 중심 구조로 전환되면서 신입 대졸 채용 규모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AI 기술 확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서 작성, 회계 정리,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같은 사무 업무 상당수가 생성형 AI와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대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예전만큼 많은 사무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이 맡던 기획 보고서 초안이나 번역, 자료 정리 업무를 AI가 처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취업준비생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준비 기간이 2~3년씩 길어지고 있다”며 

“스펙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정작 뽑는 인원은 줄어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도체·첨단 제조업은 “사람이 부족하다”

 

반면 산업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생산라인과 설비 유지 분야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화가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첨단 공정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기술 인력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졸 기술 인력을 조기에 채용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특성화고와 협약을 맺고 채용 연계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방 산업단지에서는 숙련 기능직 확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조건 대졸자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현장 적응력과 기술 숙련도가 더 중요해졌다”며 “오히려 고졸 채용 뒤 장기 육성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벌 중심 사회” 변화의 신호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경기 침체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와 교육 체계 미스매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제조·기술·실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학벌 중심 인식이다. 많은 청년들이 적성과 무관하게 4년제 대학 진학에 몰리지만 졸업 후에는 취업 시장에서 다시 좁은 사무직 경쟁에 뛰어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기술직과 생산직은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력난을 겪는 아이러니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직업교육과 기술훈련을 중시하는 국가들은 일찌감치 실무형 인재 양성 체계를 강화해왔다. 

반면 한국은 오랫동안 대학 서열 중심 사회가 유지되면서 현장 기술 인력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시대,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 ‘역량’

 

AI 시대 노동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반복적 사무 업무는 줄어드는 대신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현장 기술력 같은 실질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대학 졸업장 하나만으로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제 교육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진학률 경쟁보다 산업 현장과 연결된 직업교육 강화, 특성화고와 전문대 혁신, 평생 직업 재교육 체계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AI 시대에는 학력이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며 “한국 사회도 ‘대학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오래된 공식을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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