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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 경주, 그 천 년의 숨결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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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가 일상 속으로
경주의 아름다움은 전통과의 공존 속에서 문화적 꽃을 피운다

 

경주, 천년의 예술이 
숨 쉬는 도시


우리나라 남동부의 품속, 낮은 구릉과 들녘이 어우러진 도시 경주는 천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간다. 
신라의 왕들이 걸었던 돌길은 여전히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이어지고, 불빛이 깃든 사찰과 왕릉은 역사의 장대한 무대를 조용히 증언한다. 
경주는 과거의 도시이면서도 그 속에서 늘 새로 태어나는 현재의 도시다.

 


■ 신라의 기억, 돌과 빛으로 이어지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었다. 불국사의 석탑과 금당은 인간의 손으로 구현된 조화와 균형의 미학이다. 첨성대는 별을 바라보던 신라인의 눈빛을 지금도 품고 있다.

황남대총과 천마총의 금관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정신과 세계관이 응축된 예술이다. 
그들의 금속공예에는 단아함과 생동감이 공존했고, 불국사 석단의 곡선에는 우주의 질서가 녹아 있다.
경주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예술적 신앙이 돌과 흙 속에 살아 숨 쉰다는 데 있다.

 


■ 침묵의 세월을 지나, 문화의 수도로

 

근대화의 물결이 몰아치던 시절, 경주는 한동안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불국사 복원, 안압지(월지) 복원, 국립경주박물관의 개관을 계기로 이 고도(古都)는 다시 깨어났다.

오늘의 경주는 과거를 단단히 붙잡은 채,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다. 고고학 연구와 예술, 첨단기술이 융합된 문화벨트는 경주를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만든다. 밤이 되면 월지의 수면 위로 조명이 번지고, 그 빛은 마치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는 듯하다.

 


■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경주는 이제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신라문화제와 각종 공연, 미디어아트 전시가 도심 곳곳에서 열리며,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무대가 되었다.

황리단길은 경주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거리다. 낡은 한옥은 감각적인 카페와 공방으로 바뀌었고, 신라 문양을 새롭게 해석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전통이 다시 태어나고, 여행자들은 과거의 향기 속에서 현대의 감성을 느낀다.

경주의 아름다움은 이렇듯 공존에 있다. 천년 전의 돌기둥과 오늘의 사람, 고요한 절집과 활기찬 골목이 한 화면 안에서 숨 쉬는 도시 — 그것이 경주의 진정한 매력이다.

 


■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길

 

경주는 유산을 지키며 미래를 설계하는 법을 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공예와 예술교육, 친환경 관광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꾼다.

고분의 둥근 선과 불국사의 탑, 남산의 숲길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이다. 경주는 그 조화를 오늘의 삶 속에서도 되살리고 있다. 천년의 기억은 미래의 창조를 위한 자양분이 되고, 사람들은 그 위에 새로운 문화를 쌓아 올린다.

 


■ 시간의 도시, 사람의 도시

 

경주를 걸으면 누구나 시간의 결을 느낀다. 돌담에 기대어 들리는 바람 소리, 달빛에 물든 능의 그림자, 그리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미소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이 된다.

경주는 단지 옛날의 수도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문화의 현장, 예술의 도시, 사람의 도시다.
돌은 기억을 간직하고, 사람은 그 기억 위에 내일을 새긴다.

그래서 경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천년의 빛이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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