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축소·훼손 위기

해외 곳곳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들이 관리·재정 문제로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규모가 축소되거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 부지 축소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1932년 훙커우 공원 의거 현장에 세워져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최근 관리 기관인 중국 지방정부가 부지를 3분의 1가량 줄이면서 기념비석마저 기념관 경계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관리 측은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유지비를 입장료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축소된 공간은 임대 사업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 예산에 의존하다 보니 대응이 제한적”이라며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사라진 이육사 옥사 터
베이징의 독립운동 사적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저항 시인 이육사가 고문 끝에 순국한 일본 헌병대 감옥 터는 이미 사라졌고, 현재는 군부대 관련 거주지로 사용 중이다.
출입구에는 군 보안 시설까지 설치돼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신채호 선생이 활동한 대한독립청년단 본부, 이회영 선생이 은신했던 거처 등 주요 유적지도 사실상 흔적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보존 대책 시급
현재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는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사적지 축소나 훼손이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다.
국가보훈부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관리와 보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독립운동의 흔적을 지키는 것은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