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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붐 1세대의 현상과 사회적 역할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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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베이비 붐 1세대는 사회에서의 퇴장이 아니라 경험을 이어가는 전환의 세대이다  AI생성 이미지

 

 • 베이비붐 1세대의 은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환점

 

― 노동·소비·복지의 중심축에서 세대 간 연대의 시험대로 ―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1세대가 본격적인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끌었던 이 세대가 은퇴·고령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경제·복지·가족구조 등 전 영역에서 거대한 전환의 물결이 일고 있다.

 


■ 산업화의 주역에서 복지 수요층으로

 

베이비붐 1세대는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다.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공장과 사무실의 핵심 노동력으로, 1990년대에는 중산층 소비문화를 형성한 주역이었다. 
새마을 운동, 수출입국, IMF 극복이라는 키워드마다 이들의 손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생산의 최전선에서 물러나 복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세대는 약 700만 명에 달하며, 이미 절반 이상이 은퇴를 경험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도 생계활동을 이어가는 비율이 40%를 넘는다. ‘퇴직했지만 완전한 은퇴는 아니다’라는 말처럼, 이들은 은퇴 후에도 자영업·프리랜서·시간제 근로 등 다양한 형태로 노동을 이어가며 은퇴 후 생산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 1인 노인 가구와 가족관계의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가족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녀세대의 독립이 빨라지고, 부모 부양 의식이 약화되면서 1인 노인가구가 급증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65세 이상 1인가구는 전체 노인가구의 34%를 차지한다.

 

이 세대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스스로 노후를 설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행, 문화생활, 자원봉사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며, 과거의 노인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동시에 노후 빈곤, 건강 격차, 디지털 소외 등의 문제도 심각하게 드러난다. 정부의 연금과 기초생활보장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현실이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 사회적 역할 - 다리 세대의 책임

 

이들은 과거 부모세대의 희생을 본받고 자녀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다리 세대’다. 
부모 부양을 마친 뒤에도 자녀 결혼과 손주 돌봄에 참여하는 등, 여전히 가족의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지역사회 자원봉사, 사회공헌활동, 시니어 창업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퇴직 후 공공기관, 복지시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는 돈이 아니라 보람을 위해 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세대 간 단절을 완화하고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 향후 영향 - 세대 갈등 vs 세대 연대의 기로

 

문제는 이들의 은퇴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균형을 뒤흔든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지출은 급증하고, 청년층은 세금과 부양 부담이 가중된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는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면, 이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한다면 새로운 기회도 있다. 

시니어 창업, 평생교육, 세대 융합형 일자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은 베이비붐 세대의 제2의 생산성을 끌어낼 핵심 분야다. 
일본, 독일 등 고령사회 선진국처럼 노인도 생산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초고령화도 지속가능한 형태로 관리될 수 있다.

 


■ 퇴장이 아닌 전환의 세대

 

베이비붐 1세대의 은퇴는 단순한 세대의 퇴장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기억과 가치, 기술과 경험을 이어가는 세대다. 
성장과 희생의 상징에서 연대와 공존의 촉매로 역할을 바꿔가고 있다.

 

이들의 지혜가 청년세대와 만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든다면, 한국 사회는 인구 절벽의 위기를 세대 협력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의 그늘 속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봄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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