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자, 독서는 나의 힘

책을 읽자 — 독서로 교양 쌓기
청소년·젊은 세대의 문해력 위기, ‘읽는 힘’이 사라진다
■ 독서는 여전히 인간의 품격을 세우는 힘
인류는 문자와 책을 통해 사고하고 문화를 쌓아왔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영상이 일상의 중심이 된 오늘날, 읽는 행위는 점점 낯선 습관이 되고 있다.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 문장을 해독하기보다 스크롤을 내리는 세대가 늘어나며 독서는 선택이 아닌 사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최근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종이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국민은 전체의 45%에 불과했다.
특히 20대의 독서율은 35%로, 10년 전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을 넘어선 반면, 독서 시간은 하루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청소년·젊은층, 읽는 능력이 무너진다
문제는 단순히 책을 안 읽는 수준을 넘어, 읽을 줄 모르는 세대, 즉 난독(難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문해력 진단에 따르면, 중학생의 약 30%, 고등학생의 25%가 지문 속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결과는 학습능력 저하뿐 아니라 사고력, 표현력, 나아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들이 짧은 글조차 끝까지 읽지 않고 결론만 알려달라고 한다. 질문지의 지시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해력 테스트에서, 상당수가 기사 한 편을 읽고 주제를 요약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문해력 부족이 불러오는 사회적 위기
문해력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민주사회 시민의 기본 자질이자, 일터에서의 문제 해결력과도 직결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 점수는 2012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다.
OECD는 이를 디지털 집중력 분산과 깊이 읽기 감소 탓으로 분석했다. 즉,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 길들여진 뇌는 긴 문장을 따라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문, 공공문서, 법률문구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취업 현장에서는 업무 지시를 문서로 이해하지 못해 혼선을 빚는 사례가 증가하고, 사회적 토론의 장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오해해 갈등이 확대되는 일도 적지 않다.
■ 디지털 시대, 깊이 읽기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일수록 오히려 의식적인 독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서, 깊이 읽기(deep reading)를 통해 문장을 음미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언어교육연구소의 이은정 교수는 ‘문해력은 단기간에 생기지 않는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종이책을 읽는 것, 토론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가정과 학교가 함께 읽는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서 정책, 보여주기식에서 실천형으로
정부의 독서 진흥정책도 변화가 요구된다.
전국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캠페인이나 도서관 주간 행사가 늘었지만, 실제 독서 참여율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서 접근성 개선과 생활밀착형 독서환경 구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카페·공공기관 등 일상 공간에 책 쉼터를 늘리고, 청년층에게 전자책 구독 바우처를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대상 독서교육도 평가 중심에서 감성·사고력 중심의 독서토론 프로그램으로 전환돼야 한다.
읽은 책의 줄거리 요약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표현하게 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 읽는 사람이 사회를 바꾼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다운 사유를 되찾는 과정이다.
과거 산업화 세대는 일하는 능력으로 나라를 일으켰다면, 오늘의 세대는 생각하는 능력으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의 근육은 독서를 통해서만 단련된다.
프랑스 철학자 폴 발레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같다‘ 고 했다. 독서는 인간을 성장시키는 가장 오래된 지적 습관이자, 여전히 가장 확실한 자기계발의 방법이다.
■ 읽는 사회가 곧 품격 있는 사회
지식의 시대를 넘어 감성의 시대라 하지만, 그 감성 또한 언어를 통해 길러진다.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독서는 과거의 지혜를 현재로 불러오는 통로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사다리다.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다시 책을 가까이하는 사회, 하루 10분이라도 활자를 마주하는 습관이 정착될 때, 한국 사회는 다시금 교양과 품격의 토대를 회복할 것이다.
이제는 묻지 말자.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질문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 그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강국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