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조직의 범위와 역할을 다시 묻다

  필자는 현재 국립예술단체에서 2년째 부서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체부와 서울시 산하 재단, 협회 등에서 실무자로 일한 것을 합쳐 약 20년간 공공예술조직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에서 경영관리와 문화예술기획업무를 모두 경험하며 실무능력을 기반으로 현재 국립기관의 관리자이자 리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년간 공공예술조직에서 일하면서 공연장,전시관 등 문화공간이나 공연,축제 등 예술현장에서 역할을 하며 공공예술조직의 범위가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전통적으로 공공예술조직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설립한 예술기관을 의미해왔습니다. 재단법인이라는 법인격으로 예술의전당과 국립예술단체 등 문체부 산하기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문화재단 등 광역 및 기초문화재단이 공공예술조직을 지칭하는 범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범위와 기능과 목적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조직, 시민의 예술향유권을 보장하고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곳이라면 그 운영 주체가 반드시 국가나 지방정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도시재생, 생활문화 등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예술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민간문화재단 등도 오늘날 공공예술조직의 확장된 스펙트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은 이제 단순히 공연이나 전시를 보여주는 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문화를 길러내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귀담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경영도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이 공연만 하는게 아니라 때론 예술교육장이 되고 동시에 지역커뮤니티 센터가 되며 도시 브랜딩의 거점도 될 수 있습니다. 예술단체도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역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예술의 언어로 사회 문제를 해석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저는 국립단체의 부서장으로서 공공예술조직의 변화된 양상에 적응하며 공공예술조직의 역할을 넓히고자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예술조직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민의 저변에는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가져가고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은 국가나 지자체의 문화정책을 이행하면서 사회와 예술 사이의 ‘번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행정의 언어와 예술의 언어를 통합하고 현장을 관찰하며 제도를 제안할 수 있는 ‘사유하는 조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공공예술조직은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조직의 범위를 넓히고 역할을 재정의할 시간입니다. 저역시 공공예술조직이 몸담고 있으면서 그 변화의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예술조직이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예술로서 증명하고자 합니다.

예술경영전문인 최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