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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청년들, 바다에서 희망을 줍다

산타뉴스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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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자원봉사센터, 시화호에서 특별 자원봉사 여행 진행
비치플로깅(해양 쓰레기 수거) 중인 고립은둔 청년들과 전문기관원들. 서울시 제공
비치플로깅(해양 쓰레기 수거) 중인 고립은둔 청년들과 전문기관원들. [사진제공 서울시]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마음의 문을 닫아온 청년들을 사회와 다시 이어주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마련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연대의 첫걸음’이라는 상징을 품은 자원봉사 활동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자연 속에서 다시 깨어나는 감각

 

지난 9월 22일, 24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의 무대는 시화호 일대였다. 한때 오염으로 ‘죽음의 호수’라 불렸지만, 긴 시간의 노력 끝에 생명의 터전으로 회복된 시화호는 그 자체로 회복과 치유의 상징이었다. 총 100여 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시화호의 변화를 배우며 자연의 회복력을 체험했고, 이어서 생태계 교란식물을 뽑아내고,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비치 플로깅’ 활동에 나섰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몸을 움직이는 순간, 그동안 닫혀 있던 감각이 조금씩 열리는 경험을 했다.

 

■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힘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활동을 인증하면, 서울시 온라인 자원봉사 플랫폼 ‘모아(MOA)’를 통해 또 다른 고립 청년에게 ‘겨울나기 키트’가 전달된다. 나의 작은 실천이 또 다른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고립 청년들이 직접 인증한 도전 과제는 1,500건이 넘는다. 일상의 작은 변화와 실천이 차곡차곡 쌓여,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다리가 놓이고 있다.

 

■ 함께한 기관들, 함께 나눈 용기

 

이번 여정은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청년재단, 서울여대 등 6개 전문기관이 뜻을 모아 완성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봉사 경험을 넘어, 청년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지원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청년은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함께 걷고 쓰레기를 줍는 순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고립에서 연대로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을 ‘고은 청년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여행’이라 이름 붙였다. ‘고립은둔 청년’이 아닌 ‘고은 청년’으로 불리며, 사회 속에서 존중받고 연대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여행은 청년들에게 용기의 첫걸음을 선물했고, 사회에는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의미를 전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더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겠다”고 전했다.

 

■ 작은 발걸음이 모여 만드는 큰 변화

 

시화호에서의 봉사 여행은 단순한 하루의 경험이 아니었다. 집 안에 머물던 청년들이 밖으로 한 발 나와, 자연과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작은 발걸음이 모여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은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다리가 된다.

 

고립된 마음에 스며든 바닷바람과 따뜻한 연대의 손길은 청년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이번 자원봉사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의 기록이자,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청년들의 회복 여정에 밝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

진미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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