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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힘, 오늘의 울림 – 제인 오스틴을 다시 읽다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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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 그리고 자유를 노래한 영국의 고전 작가
1810년경 제인 오스틴의 스케치 초상화 [퍼블릭 도메인]
1810년경 제인 오스틴의 스케치 초상화 [퍼블릭 도메인]

18세기 말, 영국 시골의 작은 집에서 펜을 들어 올린 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화려한 명문가 출신도, 당대에 이름을 떨친 문학가도 아니었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그의 이름은 전 세계 독자와 관객에게 회자된다. 바로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로 잘 알려진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이다.

1804년에 카산드라가 그린 제인 오스틴의 뒷모습 수채화
1804년에 카산드라가 그린 제인 오스틴의 뒷모습 수채화

시대를 거스른 목소리

 

오스틴이 살던 시기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철저히 제한된 시대였다. 결혼은 여성의 신분과 생계를 결정짓는 유일한 통로였고, 사랑은 종종 재산과 계급 앞에 무너졌다. 그러나 오스틴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도회, 가정의 풍경, 시골 마을의 일상이라는 작은 배경을 무대로 삼으면서도, 인물들을 통해 자유와 존엄, 그리고 주체적 선택을 탐구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은 자신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키며 사랑을 선택했고, 『이성과 감성』 속 자매들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것은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라, 여성이 ‘타인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파격적 서사였다.

1894년 삽화 '제인의 편지를 읽는 엘리자베스.『오만과 편견』의 삽화. [퍼블릭 도메인]
1894년 삽화 '제인의 편지를 읽는 엘리자베스.『오만과 편견』의 삽화. [퍼블릭 도메인]

위트와 아이러니의 미학

 

오스틴의 글은 화려한 장식보다 담백한 위트로 빛난다. 짧고 간결한 대화 속에서도 인물들의 욕망과 위선을 드러내며,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그녀의 아이러니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사회적 모순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렇기에 오스틴은 연애소설가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영화 '오만과 편견' 포스터. [사진제공 나무위키]
영화 '오만과 편견' 포스터. [사진제공 나무위키]

스크린으로 부활한 고전

 

오스틴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영상화되며 새 생명을 얻는다.

1995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2005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 영화 <오만과 편견>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엠마』, 『이성과 감성』


이 작품들은 원작의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일으켰다. 특히 고전 속 연애 방식—편지를 통한 고백, 격식 있는 예절, 신중한 시선 교환—은 오늘날의 빠른 연애 문화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현대인에게 묘한 향수를 남긴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러티' 포스터. [사진제공 나무위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러티' 포스터. [사진제공 나무위키]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오늘날 젊은 세대는 더치페이 문화에 익숙하고,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평등과 자유가 당연시되는 시대지만, 오스틴의 고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진짜 사랑은 존중과 진심,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 위에서만 자란다.”

냉정한 관계와 계산적인 만남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오스틴의 고전은 오래된 듯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랑과 사회적 기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고전의 힘, 오늘의 울림

 

제인 오스틴은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섯 편의 장편 소설은 지금도 살아 숨 쉬며 세대를 잇는다.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메마른 현대 사회 속에서 제인 오스틴의 문장은 여전히 따뜻한 숨결을 전한다. 그녀가 남긴 세계는 과거의 낭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미래 세대에게 이어지는 대화다. 고전의 힘은 바로 이 ‘끝나지 않는 대화’에 있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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