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에 이름 남긴 석학, 모교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다”
![[사진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사보]](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18/1758146391067_325818109.jpeg)
한국 최초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게재했던 방사선 생물학자 송창원(93) 미국 미네소타대 명예교수가 모교 서울대에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를 기부했다.
송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53학번으로, 전후 판잣집 강의실에서 학문을 이어가던 세대다. 그는 “우리 때는 공부를 하려면 고생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제 후배들은 학문에만 몰두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따뜻한 뜻을 전했다.
서울대 화학부는 이 기부를 바탕으로 내년 봄 학기부터 ‘송창원 강연’ 을 신설한다. 매년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후학들이 직접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판잣집 대학에서 세계적 학문으로
1932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난 송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59년 이승만 정부의 ‘제1호 국비 원자력 유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방사선이 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매일 12시간 넘게 실험에 매달렸다. 1968년 한국인 최초로 네이처에 논문을 실으며 한국 학문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겼다. 이후에도 수십 년간 암 방사선 치료 효과 증진 연구에 헌신해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올랐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에는 학도병으로 참전, 부상까지 입었던 송 교수는 평생 한국인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했어도 끝까지 본명 ‘송창원’을 지켰다.
또한 정부 지원으로 공부한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의 방사선 종양학 전공 의사와 대학생 20명 넘게 유학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2021년 회고록 『나는 6·25의 학도병, 그리고 과학자 송창원입니다』를 펴냈고, 은퇴 후에도 논문 집필과 온라인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을 일으키는 건 기초학문”
송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극단적입니다. 산업을 키우고 미래를 열어가는 건 기초 학문이니, 더 많은 학생이 과학을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후원이 아니라, 한국 과학의 기초를 다져온 한 학자가 후배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이자 사명감의 표현이다.
그의 바람대로, ‘송창원 강연’은 앞으로 서울대 학생들이 세계적 지성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되어, 한국 학문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끄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