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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립 일자리 넓힌다…느려도 함께 일하는 사회로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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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직업재활 현장 이어져…오뚜기·밀알복지재단 협력 지속
황성만 오뚜기 사장(왼쪽 세 번째)과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왼쪽 다섯 번째),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부문장(왼쪽 여섯 번째)를 비롯한 양사 관계자들이 '굿윌스토어 밀알제주연동점' 개점 기념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뚜기]
황성만 오뚜기 사장(왼쪽 세 번째)과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왼쪽 다섯 번째)등 양사 관계자들이 '굿윌스토어 밀알제주연동점' 개점 기념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뚜기]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다시 하면 됩니다.”


서울의 한 장애인 보호작업장.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상자를 접고 제품을 포장한다. 

작업은 천천히 반복된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장애인 근로자 다섯 명이 비장애인 한 명의 작업량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생산성만 놓고 보면 일반 사업장과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작업마다 반복 설명이 필요하고, 익숙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력과 관리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작업장은 매일 문을 연다.누군가에게는 단순 포장 업무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의 일은 장애인들에게 월급 이상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장애인 직업재활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고용 연계와 직무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 기부 물품을 판매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굿윌스토어를 비롯해 보호작업장과 직업훈련센터 등도 지역사회 안에서 역할을 넓혀가는 중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제주 지역 굿윌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 고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식품기업 오뚜기 역시 장애인 직업재활과 굿윌스토어 운영 지원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강남세움센터 보호작업장 내 제과제빵 작업현장 [사진제공 강남세움센터]
강남세움센터 보호작업장 내 제과제빵 작업현장 [사진제공 강남세움센터]

서울 강남구의 강남세움보호작업장에서는 제과제빵과 화훼, 비누 제작, 임가공 등의 직업훈련이 진행된다.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사회적 의사소통과 직장 적응 훈련도 함께 이뤄진다.


현장 관계자들은 장애인 고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맞춤형 배치’를 꼽는다.
누군가는 반복 작업에 강점을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님 응대나 정리 업무에 더 안정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인사를 어려워하던 근로자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고, 

출근 시간을 맞추지 못하던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 작업복을 입고 일터로 향한다.


가족들에게도 변화는 크다.
보호자들은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았던 아이가 사회 안에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은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일부 보호작업장의 낮은 임금 구조와 제한적인 근무 환경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고용이 보호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지역사회 일자리로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많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가장 큰 걱정으로 ‘보호자 이후의 삶’을 꼽는다. 결국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삶의 안정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 인식 변화라고 말한다.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장애인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더 가깝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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