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자살·약물 남용 위험까지 낮춘다

최근 영국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DHD 약물 처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연구 결과와 함께, 공급 부족·과잉 진단·정보 혼란 등 부정적 문제도 함께 부각되자 영국 정부는 아예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 스웨덴 연구, "자살·약물 남용·범죄율까지 감소"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연구소는 2007~2020년 사이 국가등록자료에 기록된 ADHD 초진 환자 14만8,581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 57%에 해당하는 8만4,282명이 약물 치료를 받았고, 이 집단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관찰됐다.
자살 행동 발생률 17% 감소
약물 남용 위험 15% 감소
교통사고 위험 12% 감소
범죄 발생률 13% 감소
연구진은 ADHD 약물이 주의력 향상과 충동 조절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험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 처방 증가… 성인 여성 환자 급증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ADHD 약물 처방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27만8,000명에게 중추신경계(CNS) 약물과 ADHD 치료제가 처방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특히 25~40세 여성 환자의 약물 복용률이 2021년 3월 대비 2024년 3월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DHD는 NHS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다음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질환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가를 ‘질환 인식 확산’과 ‘의료 전문 인력 확대’의 결과로 해석했다.
■ 전 세계적 유병률… 성인 진단 확대
ADHD의 전 세계 유병률은 어린이 약 5%, 성인 약 2.5%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산만한 아이’ 정도로 치부되던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성인 ADHD 진단이 일반화되면서 치료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 부작용·공급난·정보 혼란… TF 출범 배경
급증하는 수요로 인해 2023년에는 영국 전역에서 ADHD 약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의료기관은 신규 환자에 대한 처방 중단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류 투성이의 ADHD 안내서가 판매되는 문제도 불거졌다. 실제로 한 환자는 ‘성인 ADHD 남성’이라는 책을 구매했으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편향된 인용문이 다수 포함된 내용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NHS 잉글랜드는 ADHD 전담 TF를 구성, 안정적인 약물 공급 체계 확립,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 과잉 진단 방지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 결론
ADHD 치료제는 단순히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자살 시도, 약물 남용, 범죄 위험까지 줄이는 ‘부가적 보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처방 급증에 따른 공급난, 잘못된 정보 확산, 과잉 진단 같은 부작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영국의 전담 TF 출범은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지키면서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