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기화재, ‘생활 속 예방’이 해답…에어컨·멀티탭 주의보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전기 화재 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 특히 에어컨과 멀티탭에서 시작된 화재가 아파트 주민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며, 생활 속 화재 예방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올해 여름 전력 사용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대 전력 수요가 97.8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는 작년 최고치였던 97.1GW를 넘어서는 수치다. 실제로 7월 8일에는 95.7GW를 기록해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냉방기기의 24시간 가동이 보편화되면서, 화재 발생 건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에어컨 관련 화재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16건에서 2024년 45건으로 늘어났다. 콘센트로 인한 화재 역시 높은 비율을 보이며, 가정 내 전기 사용 방식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멀티탭 과부하가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스마트폰 충전기, 노트북, 소형 가전 등을 한꺼번에 연결해두고 외출하거나 취침하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최근 부산 지역 아파트에서 발생한 여러 화재 역시 에어컨이나 전자기기가 연결된 멀티탭에서 전선 단락이 일어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단순한 발화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출입구와 가까운 공간에서 불이 시작될 경우 거주자가 고립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출입문 인근 방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탈출이 어려워지면서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보 장치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공간 구조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감지기의 경우에도 천편일률적인 설치가 아닌, 공간별로 적응형 감지기나 아날로그 감지기 등 적절한 장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축 아파트처럼 스프링클러나 하향 피난구 등 대형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주거 공간에는 실질적이고 저비용의 ‘생활형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옥근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노후 아파트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전기 과부하 방지, 적절한 기기 사용법 숙지, 감지기 설치 등 현실에 맞는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