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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사랑을 남기고 떠난 현대 미술의 거장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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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

 

태양과 물빛을 그린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를 추모하며

 

세상을 사랑한 현대미술의 거장이 남긴 유산

 

 

편집자주
현대미술의 거장 David Hockney가 2026년 6월 12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강렬한 색채와 혁신적인 표현으로 현대 회화의 지평을 넓힌 그는 반세기 넘게 예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돌아본다.  

 

대표작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1972)은 가로 304.8cm, 세로 213.4cm에 달하는 대작이다. 투명한 수영장 물속의 인물과 물가에 서 있는 인물을 대비시켜 사랑과 상실,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노동자의 아들에서 세계적인 화가로

 

1937년 영국 북부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는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는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수학하며 일찍이 주목받는 신예 화가로 떠올랐다. 당시 그는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 정신으로 유명했다. 학교의 규정에 반기를 들 정도로 독립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그의 창조성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1960년대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그는 자신의 예술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을 맞는다. 영국의 흐린 하늘과 달리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빛과 푸른 수영장은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후 호크니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다.  

 

물과 빛, 그리고 인간을 그리다

 

호크니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영장 그림이다. 대표작인 A Bigger Splash는 물이 튀어 오르는 순간을 포착하며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는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단순히 풍경에 머물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을 그린 초상화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부모를 그린 작품들은 화려함보다 따뜻함이 돋보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이 배어 있다. 호크니의 그림 속 인물들은 과장되지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울림을 전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 혁신가

 

많은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며 익숙한 방식에 머무는 반면, 호크니는 평생 새로운 기술과 매체를 탐구했다. 회화뿐 아니라 사진 콜라주, 판화, 무대 디자인, 컴퓨터 그래픽, 아이패드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다. 그는 “예술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기술의 변화도 예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특히 70대 이후에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며 디지털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한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그는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죽기 직전까지도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세상은 아름답다”는 메시지

 

호크니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의 그림에는 전쟁이나 갈등보다 햇빛, 꽃, 나무, 친구, 가족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끝없이 탐구한 결과였다.

 

그는 생전에 “세상은 매우 아름답다. 우리는 그것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세상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화려한 색채 뒤에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원히 남을 예술의 햇살

 

데이비드 호크니의 죽음은 한 예술가의 퇴장을 넘어 현대미술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여전히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가 남긴 수많은 그림은 우리에게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그것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평범한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다.

태양처럼 밝고 물결처럼 자유로웠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색채와 빛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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