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제가 머문 창덕궁 내전… 100년 만에 벽화 첫 공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1874~1926)이 여생을 보낸 창덕궁 내전(內殿)에서 제작된 벽화 여섯 점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0월 12일까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를 통해 이 작품들을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1917년 화재 후 복원 과정에서 제작
창덕궁 내전은 1917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920년에 다시 지어졌다. 당시 왕실은 주요 건물 세 곳에 벽화를 걸었는데, 국내 화가 6명이 참여해 각 공간에 두 점씩 모두 여섯 점의 작품이 제작됐다. 이 벽화들은 궁궐 생활공간을 장식하면서 동시에 왕실의 이상과 기원을 담아냈다.
부부 화합과 태평성대를 기원한 그림들
내전의 중심 공간인 대조전에는 김은호의 〈백학도〉, 오일영·이용우의〈봉황도〉가 걸렸다. 학과 봉황은 장수와 화합,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김은호가 남긴 밑그림 〈 초본〉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밑그림에는 수차례 수정 흔적과 메모가 남아 있어, 작품 완성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국왕 접견 공간이었던 희정당에는 금강산 풍경을 담은 벽화가 자리했다.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해안 기암괴석과 단풍으로 물든 봉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림 한쪽에는 작가가 직접 이름과 ‘삼가 그린다(謹寫)’라는 글귀를 남겨 근대 화가의 자의식을 보여준다.
서재와 휴식처인 경훈각에는 신선의 세계를 묘사한 벽화 두 점이 걸렸다.
노수현의 〈조일선관도〉**는 해 뜨는 아침, 신선 세계의 활기를 담았고, 이상범의 〈삼선관파도〉는 복숭아와 장수를 상징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세 신선의 모습을 표현했다.
100년 만의 첫 전시
순종 황제가 세상을 떠난 후 벽화들은 제자리를 잃고 풍파를 겪었지만, 2013년부터 보존 처리를 거쳐 현재는 모두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창덕궁 내전에는 복제본이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