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취미
환경

인류 진화의 빈칸을 메우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초기 인류, 함께 살았다”

산타뉴스 유상훈 기자
입력
에티오피아에서 260만 년 전 치아 화석 발견… 호모속 출현과 맞물려 공존 가능성 제시
발굴 현장에서의 고고학자들 연구자들이 발굴 작업을 수행하거나 모래 체위를 통해 화석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퍼블릭 도메인]
발굴 현장에서의 고고학자들 연구자들이 발굴 작업을 수행하거나 모래 체위를 통해 화석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퍼블릭 도메인]
에티오피아 레디‑게라루(Ledi‑Geraru)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석 턱뼈(왼쪽 아래턱 조각 및 치아들)의 사진 [사진제공 Encyclopaedia Universalis]
에티오피아 레디‑게라루(Ledi‑Geraru)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석 턱뼈(왼쪽 아래턱 조각 및 치아들)의 사진 [사진제공 Encyclopaedia Universalis]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새로운 화석이 발견됐다. 최근 에티오피아 북부 레디-게라루 지역에서 260만~280만 년 전의 치아 화석 13개가 발굴되었는데, 연구진은 이들이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속과 아직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한 집단에 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견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으며, 학자들이 오랫동안 궁금해하던 “호모속의 등장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사라짐 사이 50만 년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의 계보, ‘루시’ 이후의 빈칸

 

1924년 남아공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화석은 오랫동안 최초의 인류 조상으로 여겨졌다. 이후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유명한 화석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직립보행을 했다는 점에서 진화사 연구에 큰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더 이른 시기의 화석들이 연달아 발견되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호모속 직전의 ‘마지막 조상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문제는 호모속이 나타난 약 250만 년 전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사라진 시기 사이, 약 50만 년 동안의 기록이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이 경사진 언덕을 오르며 현장 조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있다.
연구팀이 경사진 언덕을 오르며 현장 조사를 하는 모습[퍼블릭 도메인]
초원 지형과 함께 낙타들이 유적지를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지질학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퍼블릭 도메인]
초원 지형과 함께 낙타들이 유적지를 지나가는 모습. 이는 지질학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퍼블릭 도메인]

치아 화석이 말해주는 이야기

 

연구진은 레디-게라루 지역에서 수집한 치아 13개를 분석해 이미 알려진 700여 개의 인류 치아 화석과 비교했다. 치아의 3개는 호모속과 매우 흡사했고 10개는 기존의 아파렌시스·호모·파란트로푸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형태이다.
즉, 새로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집단이 호모속과 수십만 년 동안 같은 지역에 살았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300만~25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호모, 파란트로푸스, 2종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최소 네 집단이 함께 살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 진화는 ‘쭉 뻗은 나무’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인류 진화를 “일직선 가지”가 아닌 “무성하게 얽힌 나무”에 비유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학자는 이번 치아 화석이 멸종 직전의 아파렌시스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출아 종분화(budding speciation)’ 과정의 증거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의 의미

 

연구를 이끈 애리조나주립대 케이 리드 교수는 “이들 중 어느 집단이 결국 우리 인류의 직계 조상이 되었을지 알 수 없다”면서도,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진화라는 퍼즐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발견은 인류 진화사의 공백을 메우는 작은 열쇠이자,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다.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