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특성화 공고의 경쟁력

AI 시대 — 공고 출신 기술 인재 찾는 기업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모(19)씨는 졸업과 동시에 국내 중견 반도체 장비기업에 취업했다.
학교에서 배운 자동화 설비와 PLC(프로그램 가능 제어장치) 기술 덕분에 현장 적응이 빨랐다. 김씨는 최근 회사에서 진행하는 AI 기반 설비 관리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현장을 이해하는 기술자가 AI를 다루면 더 큰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현장 장비를 다룰 줄 알고 동시에 AI를 이해하는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공업고등학교(특성화고) 출신 기술 인재들이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공장 — 기술 인력 부족 심각
산업계에서는 이미 숙련 기술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기업의 상당수가 현장 기술 인력 확보가 가장 어려운 인력 문제라고 답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와 스마트 제조 분야다. 반도체 장비 유지관리, 자동화 설비 운영, 산업용 로봇 관리 등은 이론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기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의 한 스마트공장 솔루션 기업 관계자는 ‘AI와 데이터 분석이 제조 현장에 도입되면서 오히려 현장을 이해하는 기술자가 더 중요해졌다. 대학 졸업자보다 특성화고 출신 기술 인력이 현장 적응이 빠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자동화 장비와 로봇 설비를 다루는 기술 인력이 부족해 기업들이 특성화고와 산학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AI 시대일수록 현장 기술 중요
전문가들은 AI 시대일수록 현장 기술 인력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울의 한 공학대학 산업교육연구소 박모 교수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실제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장비를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AI와 기계 설비를 동시에 이해하는 기술 인력이 미래 제조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성화고 교육이 단순 기능 교육이 아니라 AI·데이터와 결합된 스마트 기술 교육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력은 대학 졸업자와 다른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이미 AI 기반 공정관리,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등을 교육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여전히 ‘대학이 유일한 길’ 인식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대학 진학이 성공의 공식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은 오히려 숙련 기술 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학력 중심 구조가 강했다’며 ‘그 결과 기술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졌고 현장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직업교육과 기술직이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대학 진학이 아닌 다양한 진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곧 경쟁력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스마트 공장, 반도체, 로봇 산업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기술 중심 인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현장을 이해하는 기술자가 결국 산업 경쟁력을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을 ‘현장 경험과 디지털 이해력을 동시에 갖춘 기술형 인재’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학력보다 실질적인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학 진학만을 성공의 길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산업 현장의 인력 불균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현장을 이해하는 기술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정말 대학만이 유일한 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