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산실 교토대

교토대, 노벨상의 산실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의 수상으로 본 ‘자유의 학문’ 구조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가 호명되면서, 그가 몸담은 교토대학교는 다시 한 번 세계 과학계의 중심에 섰다.
금속-유기 골격체(MOFs) 연구로 대표되는 그의 성과는 환경·에너지·소재 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이번 수상은 ‘교토대는 왜 노벨상의 산실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불러왔다.
교토대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노벨상 배출 대학이다.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기초과학 전반에서 꾸준히 수상자를 내왔고, 특정 시기나 분야에 쏠리지 않는 분포가 특징이다.
이는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 전략보다, 장기간에 걸친 기초 연구의 축적과 학문적 자율성을 중시해 온 구조와 맞닿아 있다.
핵심은 ‘자유의 제도화’다. 교토대는 연구 주제 선정과 방법론에서 연구자의 재량을 폭넓게 보장해 왔다.
행정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탐색적 연구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환경은 유행을 좇기보다 질문의 본질을 파고드는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축적된 기초 성과가 응용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학부·대학원 교육 역시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출석·평가의 형식보다 사고 과정과 토론을 중시하는 수업이 일반적이며, 학생은 일찍부터 연구실에서 독립적인 문제 설정을 경험한다.
교수와 학생의 위계가 상대적으로 완만해, 아이디어의 타당성은 직급이 아니라 논증으로 판단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반박하는 과정을 일상화하며, 연구의 깊이를 키우는 토양이 됐다.
연구 생태계의 개방성도 주목할 지점이다.
교토대는 학내 연구소 간 장벽을 낮추고, 분야 간 공동 연구를 장려해 왔다. 화학·물리·생명과학·정보과학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구조는 복합 문제를 다루는 현대 과학의 요구와 부합한다.
기타가와 교수의 MOF 연구가 화학적 설계에서 환경 문제 해결로 확장된 과정 역시 이러한 통섭적 환경의 산물로 읽힌다.
국제 협력 역시 교토대의 경쟁력이다. 장기 방문 연구, 공동 프로젝트, 국제 컨소시엄 참여가 일상화돼 있어 연구 성과가 빠르게 세계 학계와 연결된다. 그러나 교토대의 국제화는 ‘속도’보다 ‘깊이’를 택해 왔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신뢰를 중시하는 협력 방식이 기초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교토대가 반복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이유는 특정 인물의 탁월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유를 제도화한 연구 환경, 질문 중심의 교육, 실패를 감내하는 장기 지원, 통섭과 국제 협력의 균형, 이 네 가지가 맞물린 구조적 결과다.
2025년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은 그 구조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교토대의 성과는 탁월한 개인이전에 ‘지속 가능한 학문 시스템’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