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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천만 년 전 공룡도 ‘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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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천만 년 전 공룡도 ‘짹짹’?…

산타뉴스 김 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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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석서 새처럼 울 수 있었던 구조 발견
중국 허베이성 칭룽현에서 발굴된 ‘푸라오사우르스’ 골격. 쥐라기 중·후반에 살았던 이 공룡은 조류와 비슷한 발성 기관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하이룽/중국과학원 제공
중국 허베이성 칭룽현에서 발굴된 ‘푸라오사우르스’ 골격. 쥐라기 중·후반에 살았던 이 공룡은 조류와 비슷한 발성 기관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하이룽/중국과학원 제공

중국 허베이성에서 발굴된 고대 공룡 화석이 조류의 발성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공룡의 울음소리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며, 조류 발성 기관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공룡이 내는 소리는 오랫동안 과학자들과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영화에서는 종종 포효하거나 으르렁대는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고대 공룡이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냈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발굴된 푸라오사우르스(Pulaosaurus) 화석에서 발성과 관련된 희귀 구조가 발견되면서, 공룡도 조류처럼 정교한 울음을 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발성 기관의 흔적…“공룡도 ‘짹짹’했을까?”

 

이번 발견은 중국과학원 고생물학자 쉬싱 박사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그 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피어 제이(PeerJ)*에 7월 11일 자로 공개됐다. 연구팀은 2024년 7월, 중국 허베이성 칭룽현의 중생대 지층에서 출토된 공룡 골격에서 조류의 발성과 관련된 ‘피열연골(arytenoid cartilage)’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열연골은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연골로,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일부 파충류, 조류에서 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조류는 ‘울대(syrinx)’라는 독립적인 발성 기관을 통해 정교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이번 발견은 이러한 발성 능력의 진화적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 공룡이 복잡한 울음소리를 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단순히 위협을 알리거나 짝짓기를 위한 소통뿐 아니라 사회적 신호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비록 푸라오사우르스에서는 울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조류와 유사한 연골 구조의 존재는 그들이 단순한 포효 이상의 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 푸라오사우르스는 어떤 공룡?

 

푸라오사우르스는 약 1억6,300만 년 전, 쥐라기 중·후기에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살았던 소형 초식공룡이다. 몸길이는 약 60cm에 불과하며, 부리가 달려 있는 형태로 확인됐다. 현재의 오리주둥이 공룡(하드로사우르스류)이나 케라톱스류와 계통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초기 조상급 공룡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름 ‘푸라오(Pulao)’는 중국 고대 신화 속에서 큰 울음소리를 내는 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전설 속의 용처럼, 실제 푸라오사우르스 역시 특유의 소리로 자신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상징적으로도 흥미롭다.

 

화석은 전반적으로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지만, 깃털이나 피부 등 연조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목 부위에서 조류와 유사한 연골 구조를 확인하며, 과거 공룡의 발성 방식에 대한 추론을 이끌어냈다.

 

■ 과거 사례와의 연결…“이것은 진화적 평행?”

 

이전에도 공룡의 발성 기관에 대한 연구는 있었다. 2023년에는 백악기 시기 갑옷공룡인 ‘피나코사우루스(Pinakosaurus)’에서 후두 구조가 관찰된 바 있다. 하지만 푸라오사우르스와 피나코사우루스는 계통상 서로 상당히 거리가 먼 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발성 구조가 나타난 것은 ‘평행 진화(parallel evolution)’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조류의 울음소리가 특정 공룡 종에서 우연히 나타난 특성이 아니라, 고대 파충류의 진화 경로에서 다양한 시도와 분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즉, 조류의 정교한 발성이 한 번의 진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여러 종에서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 “그 소리는 아직도 알 수 없다”…남은 미스터리

 

아직 푸라오사우르스가 어떤 정확한 소리를 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쉬싱 박사 역시 “그 소리가 실제로 어떤 음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매우 낯선 소리였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류처럼 지저귀었을 수도 있고, 쥐처럼 찍찍거렸거나, 혹은 악어처럼 낮은 음으로 울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공룡을 상상할 때 ‘포효’ 외의 발성을 상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생겨났다는 데 있다.

 

■ 과학계의 반응과 향후 과제

 

고생물학계는 이번 발견을 공룡 진화 연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여러 고생물학자들도 이번 피열연골 발견에 주목하고 있으며, 조류의 발성 구조와 비교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향후 더 잘 보존된 공룡 화석, 특히 연조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추가 발견된다면, 공룡의 소리를 실제로 시뮬레이션하거나 음향 재구성하는 연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란희 기자 evelan6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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