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분의 1의 기적”… 생면부지 환자에게 삶을 선물한 육군 군무원

혈연관계도 없는 혈액암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내어주며 ‘새로운 삶’을 선물한 군무원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재정실 소속 이다정 주무관이다.
“간단한 절차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
이 주무관은 지난 9월 17~18일 양일간 조혈모세포 기증 절차를 마쳤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만드는 근원이지만, 환자와 기증자 사이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할 확률은 약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 희박한 확률 속에서 환자와 연결된 이다정 주무관은 망설임 없이 기증에 나섰다.
그의 선택은 2022년 한 헌혈의 집에서 시작됐다. 헌혈을 기다리던 중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 팜플렛을 읽으며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문구가 가슴 깊이 남았고, 그날 바로 기증희망자로 등록했다. 3년이 흐른 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자 그는 흔쾌히 ‘예’라고 답했다.
몸과 마음을 준비한 기증의 길
기증을 앞두고 그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 카페인 절제 등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 또 지난 4월부터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며 주말마다 요양원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작은 실천으로 쌓아가며, 기증의 순간을 준비했다.
“삶을 나누는 순간, 나도 성장했다”
기증을 마친 그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기회를 얻어 제 자신도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졌다”며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작은 나눔을 이어가며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나눔이 남긴 울림
조혈모세포 기증은 간단해 보이지만 기증자에게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다정 주무관의 용기 있는 선택은 환자에게는 희망이 되고, 우리 사회에는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이어진 ‘2만분의 1의 인연’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