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라도 보내라”… 한 경찰의 점검이 만든 변화
![허정훈 서울경찰청 치안정보분석과 경감. [본인 제공]](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118/1768747227706_879919215.png)
“공공기관의 작은 오기가 외교적 오해로 번질 수 있다.”
서울경찰청 치안정보분석과 허정훈(37) 경감은 지난해 말 공공기관 홈페이지 1,626곳을 전수 조사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잘못 표기한 사례 10건을 바로잡았다.
이 공로로 그는 경찰청 제1회 포상금 심의위원회 포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받은 포상금 200만 원 전액을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하기로 했다.
▣ 누가, 무엇을, 어떻게
허 경감의 업무는 정보 수집과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통상적인 보고서 작성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구글 지도에서 ‘독도박물관’이 잘못 표기된 사건을 접한 뒤 국내 공공기관 홈페이지 지도 표기를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정확하지 않으면, 외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사는 개인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지만 방식은 철저했다. 기관 소개 페이지와 ‘찾아오는 길’에 연결된 지도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나흘 동안 혼자 1,626곳을 살폈고, 이후 팀원 4명과 함께 재검수를 거쳤다. 그 결과 10곳의 표기 오류가 공식적으로 수정됐다.
▣ 대통령의 언급, 조직의 반응
이 사실은 상부 보고를 거쳐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담당자의 아이디어일 텐데, 포상이라도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절차상 즉각 포상이 어렵다는 보고에는 “그럼 피자라도 보내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경감은 이 발언을 방송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 그는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피자는 오지 않았지만, 그는 포상금이라는 ‘더 큰 보상’을 받았다.
▣ 기부의 선택
허 경감은 포상금 전액을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
10개월 된 딸의 이름으로 기부를 결정했다. 개인적 영광을 개인의 성과로 남기기보다 사회로 돌리겠다는 선택이었다.
그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도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그분들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부 역시 ‘특별한 미담’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 의미와 배경
이번 사례는 대규모 예산이나 정책 변화가 아닌, 현장 공무원의 문제 인식과 점검이 만든 변화다.
동해·독도 표기는 외교·역사 문제와 맞닿아 있다. 공공기관의 작은 부주의가 국제적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수 조사는 상징성을 가진다. 경찰청이 제1회 포상금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조용한 성과
허 경감은 “공무원이 자기 일에 애착을 갖고 조금만 더 살피면 사회는 더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점검은 조용했고, 수정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결과는 분명하다.
작은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뉴스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정확하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는 더 분명한 기준을 남긴다.
허정훈 경감의 선택은 그 점에서 특별하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