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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의 올림픽’ 베이징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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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의 올림픽’ 베이징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입력
16개국 280개 팀, 500여 대 로봇이 펼친 ‘미래 스포츠 축제’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 축구 경기에서 로봇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 AI 유사 생성 이미지]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 축구 경기에서 로봇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 AI 유사 생성 이미지]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이례적인 흥분으로 가득 찼다. 바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로봇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번 대회에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16개국에서 280개 팀이 참가했고, 무려 5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각종 종목에 출전해 기술력을 겨뤘다.

대회는 인간의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규모와 열기를 자랑했다. 축구, 1500m 달리기, 복싱, 격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로봇들이 선보인 퍼포먼스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관중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문화를 제시했다.
 

넘어지고 일어나며 성장하는 ‘로봇 선수들’

 

이번 경기의 묘미는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에서 나왔다. 많은 로봇이 달리기 도중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축구 경기 중 서로 뒤엉켜 쓰러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권투 경기에서는 로봇이 제대로 펀치를 날리지 못하거나, 센서 오류로 기술자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은 오히려 관중들의 환호와 응원을 이끌어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로봇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투지’를 발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한 경기장에서 관중들은 로봇이 골을 성공시키자 기립 박수를 보냈고, 상대 로봇이 쓰러지자 격려의 함성을 보냈다. 기술적 미숙함이 오히려 ‘드라마’를 만들어낸 셈이다.

 

중국, 로봇 강국을 향한 전략적 행보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니라,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행사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회 개최를 통해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로봇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중국판 CES(국제가전박람회)’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로봇 스포츠’, 미래 사회의 문화와 산업을 잇는 다리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가 보여준 가장 큰 의미를 “기술과 문화의 접점”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실험실에서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대중이 직접 보고 즐기는 스포츠로 확장됨으로써 로봇 기술이 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한 로봇 공학 전문가는 “이번 대회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었다”며 “스포츠는 그 과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전망: 기술 경쟁을 넘어선 글로벌 무대

 

향후 이러한 대회는 각국의 기술력 과시를 넘어, 협력과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참가국 대부분은 로봇 기술을 군사, 산업,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있으며, 스포츠 분야에서의 실험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여주는 동작의 자연스러움, 센서의 정확성, 자율 제어 능력은 곧 인간 사회에서 활용될 서비스 로봇이나 재난 구조 로봇, 돌봄 로봇의 발전과 직결된다. 

관중들이 환호한 ‘골 장면’이나 ‘복싱 승부’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일상의 단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봇 올림픽’, 미래와 현재를 잇다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로봇 산업의 현재 수준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 기술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 그리고 관중과 소통하며 만들어낸 현장의 열기는 ‘로봇 스포츠’가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세계는 인간 선수들의 올림픽만큼이나, ‘로봇들의 올림픽’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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