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헌·주수경, 제38회 아산상 수상
우크라이나에서 몽골·말라위까지…치과 진료와 교육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힘’ 선물
국경에는 선이 있지만, 사람을 향한 사랑에는 국경이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몽골, 말라위 등 의료와 교육의 손길이 부족한 곳을 찾아다니며 소외된 이웃들의 곁을 지켜온 강지헌(66)·주수경(66) 부부가 제38회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지 의료인을 길러내고, 여성과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교육과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38회 아산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아산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1989년 제정됐다.
30년 전, 한 치과의사의 작은 발걸음
강지헌 씨가 해외 의료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6년 우크라이나에서였다.
의료시설을 쉽게 찾기 어려운 지역과 고려인마을을 찾아 이동진료를 펼치며 아픈 이들의 치아를 살폈다. 2001년에는 몽골로 활동 무대를 옮겨 ‘에바다치과’를 열었다. 하지만 강 씨가 바라본 것은 병원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아니었다.
현지 사람들이 스스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지 치과의사들을 직접 교육했고, 2014년에는 자신이 세운 병원의 운영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다시 의료의 손길이 절실한 곳을 찾아 떠났다.
2015년부터는 말라위에서 ‘에파타치과클리닉’을 운영하며 현지 주민들을 진료하고, 치과대학생들의 임상교육과 난민 무료진료까지 이어가고 있다.
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낸 것이다.
아내 주수경 씨가 이어온 또 하나의 사랑
강지헌 씨 곁에는 늘 아내 주수경 씨가 있었다. 주수경 씨는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물며 아이들과 여성들의 삶을 돌봤다.
몽골과 말라위에서는 ‘어머니학교’를 운영하며 여성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지 여성들이 지역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이어갔다. 말라위에서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치소모 아동지원센터’를 세웠다.
아이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가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부부가 전한 것은 단순한 도움의 손길이 아니었다. ‘당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의료봉사상은 박철성 박가정의학과의원 원장
한 사람의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번 아산상에는 강지헌·주수경 부부뿐 아니라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이웃을 위해 살아온 이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의료봉사상은 박철성 박가정의학과의원 원장(65)이 받는다.
박 원장은 32년간 국내 중증장애인과 뇌전증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해 왔으며, 필리핀과 네팔에서도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진료소를 세우고 이동진료를 펼쳤다.
사회봉사상은 김현수 사단법인 별의 친구들 이사장(60)에게 돌아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 이사장은 34년 동안 위기청소년과 정신장애인, 노숙인 등의 회복을 지원해왔다. 특히 공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와 직업훈련 사업장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곁에 서는 것”
제38회 아산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아산상 수상자에게는 3억원,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2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복지실천상·자원봉사상·효행·가족상 등 3개 부문에서도 15명의 수상자가 선정돼 각각 2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모두 6개 부문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원의 상금이 전달된다. 그러나 상금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것은 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걸어온 시간일 것이다.
아픈 사람의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배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책을 건네고, 다시 일어서려는 여성에게 용기를 전하는 일.
강지헌·주수경 부부의 30년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사랑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의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이라고.
그리고 한 사람에게 건넨 따뜻한 손길은 언젠가 또 다른 사람의 손길이 되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고.
산타뉴스는 국경을 넘어 사랑과 희망을 전해온 강지헌·주수경 부부와 모든 아산상 수상자들에게 따뜻한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