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도 못 막는 배움의 열정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에도, 글자를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충청남도 서산시의 마을 문해 교육 현장에서는 한글을 향한 늦깎이 학생들의 열정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서산시는 지난 2006년부터 글을 몰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문해 교육 마을학교'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 주민들이 중심이 된 이 교육 프로그램은 마을 회관을 교실로 삼아, 가까운 거리에서 편하게 글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2025년 현재 총 29개 마을회관에서 문해 교육 수업이 진행 중이며, 참여하는 어르신만도 약 300여 명에 이른다.
올여름 서산 지역에는 지난 7월 무려 21일 동안 폭염특보가 발효됐지만, 이들의 출석률은 평균 78%를 기록하며 교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참여를 넘어 ‘스스로 선택한 배움’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어르신은 “글자를 모르니 늘 남에게 의지해야 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버스도 타고, 약 봉투도 읽을 수 있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배우며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니 더위가 무슨 대수냐”고 웃어 보였다.
또 다른 어르신은 “어릴 땐 형편이 어려워 학교 문턱도 못 가봤는데, 지금이라도 글을 배울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매일 아침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이러한 어르신들의 열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수업 환경 역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학습 공간의 냉방 시설을 강화하고, 학습 보조 도구와 교통편 지원 등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 강사들이 수업을 맡고 있으며, 읽기와 쓰기를 넘어 생활 속 실용 문해 교육까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읽는 법, 병원 예약표를 이해하는 법, 현금인출기 사용법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기능 중심의 수업이 병행되어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은 진부한 격언이 아닙니다. 더위를 뚫고 매일 마을학교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땀과 웃음 속에서, 그 말은 지금 이 순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글을 몰라 수십 년을 답답하게 살아온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는 스스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서산 어르신들. 이들의 늦은 배움은 단순한 한글 교육을 넘어, 삶의 주체로 우뚝 서려는 위대한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