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예정보다 5개월 앞당긴 진수”…K조선 기술력에 미국 조선소 ‘찬사’
사회/경제/정치
경제

“예정보다 5개월 앞당긴 진수”…K조선 기술력에 미국 조선소 ‘찬사’

산타뉴스 유 상훈 기자
입력
한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아카디아호' 조기 진수… 북미 해운시장 본격 진출 신호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 한화오션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 한화오션

한국의 조선 기술이 미국 조선업계에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한국의 기술과 인력, 자동화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 선박 ‘아카디아호’가 예정보다 무려 5개월 빠르게 진수되며, 한미 간 조선 협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한미 협력 상징된 ‘아카디아호’… 5개월 앞당겨 진수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강 인근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아카디아호’가 물 위로 떠올랐다. 이 선박은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를 위한 특수선박인 ‘암석설치선(SRIV)’으로, 미국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투입될 핵심 자산이다.

이 진수는 단순한 일정 단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당초 12월 완성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식 생산 공정과 조직 운영 체계를 도입한 결과로 무려 5개월을 앞당긴 것이다. 미국 현지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한국 조선 기술의 놀라운 속도와 품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 한화, 북미 조선시장 전초기지 확보… 전략 특수선 중심으로 확장

필리조선소는 1997년 미국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출범했으며,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상업용 선박의 절반 가까이를 건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경영난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2023년 한화그룹이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에 이를 인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현재 한화오션(지분 40%)과 한화시스템(60%)이 공동 운영 중인 이 조선소는, 한화가 글로벌 조선시장 확대를 위해 북미에 구축한 전략 거점이다.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닌, 기술 이전·인력 양성·시장 개척을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존스법(Jones Act)’이라 불리는 연안무역법에 따라 미국 연안 항로는 자국에서 건조된 선박만 운항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화가 미국 현지에서 직접 건조한 선박은 북미 연안 해운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으며, 이는 큰 사업적 이점을 제공한다.

■ “조선업 재건” 나선 미국, 향후 200척 이상 선박 수요 발생 예상

미국 의회는 최근 ‘선박법(Ship Act)’ 등을 통해 자국 조선·해운 산업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최소 250척 이상의 전략상선단 확보 계획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군수 목적은 물론 비상시 국가물자 수송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는 조선소의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의 1~1.5척 수준에서 2030년까지 최대 1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크 시설 확장, 자동화 설비 도입, 부품 생산 협력 등이 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 한국 기술·인재의 현지 이전… 자동화·교육 병행

한화오션은 약 50명의 한국 전문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스마트 야드(Smart Yard) 기술을 도입 중이다. 이는 자동 용접 시스템, 공정 최적화 설비, 로봇 기반 조립 장치 등을 포함한 최첨단 생산 시스템이다.

또한 미국 내 인력 확보를 위해 36개월짜리 견습생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현재 170명 이상의 미국 현지 인력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용접, 선체 조립, 기계 운용, 의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중심 훈련을 받고 있다.

생산 인프라 확대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근 ‘골리앗 크레인’ 하부 지역에 ‘헤비존(Heavy Zone)’이라 불리는 선탑재 공간을 새로 조성 중이며, 이를 위해 약 600만 달러가 투입됐다.

■ LNG선 시장 진출도 가시권… 북미 에너지 물류 전환 가능성

앞으로 한화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논의돼 온 “미국산 LNG는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면, 미국 내 LNG선 건조가 가능한 유일한 조선소로 한화필리조선소의 역할이 급부상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 거제사업장에서 제작한 선체 블록이나 주요 부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협력 생산 체계도 검토되고 있어, 한국 조선업 전반의 동반 매출 상승도 기대된다.
 

share-band
밴드
URL복사